[생각해봅시다] 전경련, 주요 10개 대기업 단체협약 분석해보니… ‘대기업 특권조항’은 정규직 과보호?

입력 2015-09-15 02:40

A사(조선업)는 신규 채용 때 같은 조건이면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B사(자동차)도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한 조합원이나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대한다. C사(자동차)는 신기계·신기술을 도입하고 신차종을 개발할 때 노조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D사(자동차)는 연차유급휴가 외에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12일까지 추가로 휴가를 허용한다. E사(조선업)는 근로기준법에 폐지된 월차휴가까지 인정한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계열의 자동차·화학·정유·은행·조선회사 얘기다. 우리 사회에서 잘나가는 소수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는 단체협약의 특권조항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이들이 상대적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특권조항을 넣어 자녀를 우선 채용하고 인사·경영권에 관여하는 등 과도한 복지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근로자의 고용조건과 임금을 결정하는 문제를 노조의 인사·경영권 개입이라는 표현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되며 개별 회사의 단체협약이니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4일 자동차·화학·조선 등 주요 10개 대기업의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9개사가 직원 채용 시 노조 조합원 가족을 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개사는 직원 전보, 공장 이전, 신기술 도입 등을 노조와 사전 협의하며 6개사는 중·고생과 대학생 자녀 학비를 전액 지원해 주고 있었다.

전경련은 신규 채용 특권조항에 대해 “균등한 취업 기준을 보장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을 차별하지 말 것을 명시한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경영권은 노조와의 교섭 대상이 아님에도 8개 기업의 단체협약에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유급연차 외에 월차휴가를 부여하고, 중고·대학생 자녀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는 복리후생도 다수 회사에 포함돼 있다. 월차휴가는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폐지됐지만 이들 기업의 단체협약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전경련 이철행 고용복지팀장은 “진정한 노동개혁은 과보호받고 있는 소수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막을 걷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신규 채용 우대는 노동계에서도 조정하는 분위기다. 문구만 있을 뿐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하지만 노동조합이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을 특권조항이라는 표현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