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풍자가 아니라 인종혐오”… 샤를리 엡도 최신호 만평 난민 아이 에일란 익사 조롱

입력 2015-09-15 02:10

올해 초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화로 극단주의자에 의해 테러를 당했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이번에는 최근 전 세계를 울렸던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어린이 에일란 쿠르디를 풍자 소재로 삼아 비난에 휩싸였다.

샤를리 엡도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발행된 최신호 만평에서 ‘거의 다 왔는데…’라는 글씨 아래 에일란이 해안에 숨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왼쪽 그림). 에일란은 지난 2일 그리스로 향하는 보트에 탔다가 배가 전복돼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근처에는 ‘(햄버거) 2개를 1개 가격에’라고 쓰인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광고판도 그려 놨다. 마치 에일란이 햄버거를 먹고 싶어 유럽행을 시도했다는 식의 비아냥거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련된 다른 만평도 분노를 사고 있다. 이 만평에는 예수를 연상시키는 가시 면류관을 쓴 남자가 물 표면에 서서 걷는 모습과 함께 ‘크리스천은 물 위를 걷는다’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오른쪽). 그 옆에는 물에 처박혀 죽은 아이를 그려 놓고 ‘무슬림 아이들은 가라앉는다’고 묘사했다.

샤를리 엡도의 다른 만평들을 보면 유럽의 난민을 대하는 태도를 비꼬기 위해 그린 듯하지만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린 비극적 사건을 풍자 소재로 삼은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저질스럽다’ ‘인종혐오를 조장하는 유머는 유머가 아니다’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한 시리아 출신 기자는 트위터로 ‘아이의 죽음을 조롱하는 사람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필요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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