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올해 예상치 못한 ‘레드 투어(Red Tour)’ 특수를 누리고 있다. 레드 투어란 세계 최초로 공산혁명에 성공한 러시아의 옛 혁명 유적지를 돌아보는 관광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공유했던 중국 관광객들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을 맞은 올해 대거 러시아로 혁명 유적지 관광에 나선 것이다. 최근 중국의 전승절 행사로 우의를 다진 두 나라가 ‘관광’과 ‘이데올로기’로 다시 밀월을 즐기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중국계 인터넷 언론 ‘이바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러시아를 다녀간 중국 관광객은 20만5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급증했다. 그런데 중국 관광객의 다수는 1940∼50년대에 태어난 노년층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공산화를 이끈 마오쩌둥과 레닌을 존경해 왔고, 평생을 공산주의와 더불어 살아온 이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가 생겨났고, 이 향수가 혁명 발상지 러시아로 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혁명 유적지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러시아 관광 당국은 아예 지난 7월 유적지 순례 프로그램인 ‘레드 루트’ 코스를 개발했다. 1000달러(약 118만원)짜리 프로그램으로 레닌의 고향인 러시아 동부 율리아놉스크를 비롯해 붉은광장이 있고 레닌의 시신이 보관돼 있는 모스크바, 혁명이 처음 성공한 상트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 등을 둘러보게 된다.
자국민 사이에서 공산혁명에 대한 향수가 확산하자 마오쩌둥의 고향인 중국 후난성은 아예 율리아놉스크와 자매결연을 하고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AFP통신은 “머지않아 러시아인들의 마오쩌둥 유적지 관광도 활성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손병호 기자
[월드 화제] “레닌 고향 갑시다”… 러시아의 유커 특수
입력 2015-09-15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