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듣는 세상 ♪ 음악의 가치 저하?… 스트리밍 명암

입력 2015-09-16 02:38
음악을 듣는 것이 '흘려보내는' 일이 됐다. LP나 테이프, CD에 담긴 음악을 듣고 또 듣는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디지털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 MP3 플레이어에 담아 듣던 시대도 끝나간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다. 다양한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지난 7월 '애플 뮤직'이 등장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각축장이 됐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세는 음악을 둘러싼 현실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한 인디 가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창작물로써 음악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죠. 정액요금제에 할인제까지 겹쳐지면 사실상 많은 분들이 공짜로 음악을 듣고 있는 거예요.”

소비자 입장은 다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팍팍한 일상에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6년째 통신사 결합 상품으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김윤정(35·여)씨는 “꼭 필요한 순간에 딱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며 “전혀 몰랐던 음악을 시도하는 데 부담이 없다보니 음악을 듣는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디 가수의 푸념도,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긍정적인 평가도 타당하다고 진단한다. 거스를 수 없다면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디지털 음원 개당 가격은 1.8∼7.2원=국내에서 스트리밍으로 유통되는 음악 한 곡당 가격은 7.2원으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월정액 상품으로 유통되는 경우 음원 단가는 3.6원으로 떨어진다. 다운로드와 복합된 월정액 상품에서는 다시 반으로 떨어져 곡당 가격이 1.8원 밖에 안 된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정액 가격이 낮아질수록 디지털 음원 가격도 떨어지는 구조다.

곡당 10원도 안 되는 음원으로 벌어들인 돈은 유통사, 저작권자, 제작자, 실연자가 나눠 갖는다. 유통사 40%, 저작권자 10%, 제작자 44%, 실연자 6% 비율로 배분된다. 음악을 만들어낸 원 창작자는 곡당 0.18∼0.72원을 저작권료로 받는 셈이다.

월정액 상품 가입자 100명이 디지털 음원 하나를 한 달 동안 총 10번 듣는다면 저작권자는 ‘0.36원×100명×10번=360원’을 버는 식이다. 음원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 괜찮은 걸까=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정액 요금은 6000원 안팎이다. 그나마도 통신사 결합상품으로 할인된 값에 이용하거나, 통신사 포인트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음악 소비자들은 돈을 주고 음악을 듣는다는 인식이 약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음악 창작자, 제작자, 음악 산업·콘텐츠산업 연구자 등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값을 지불하고 음악을 사게 되면, 소비자들은 고민하게 된다. 좋은 음악을 고르려고 심사숙고한다. 하지만 현실은 사실상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양질의 음악을 들으려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10∼20대의 40%는 ‘차트 음악’을 듣는다. 아이돌 그룹 신곡이 순위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차트에 의존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중음악의 고른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음악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월정액 할인 서비스를 없애거나 저작권료 배분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기획사 대표는 15일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들이 창작자의 파트너가 될지, 갑의 위치에 오를지에 따라 (대중음악의 성장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다운로드↓, 음악 접근성↑=1980∼90년대 카페 등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불법 복제된 음악이 대부분이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테이프, P2P 서비스로 불법 다운로드 음원들이 흔하게 유통됐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편화는 음성화된 시장이 양지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음악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차트에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음악을 찾아듣는 이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은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다. 라디오처럼 주제나 장르에 따라 업체가 음악을 골라서 들려준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음악을 제공해 줘 차트에 치우친 대중음악의 편파성을 완화 시킨다’는 의견과 ‘소비자를 수동적인 입장에 머무르게 하고 취향을 강요한다’는 반박이 부딪히고 있다.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