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식] 상호금융권 규제 더 완화돼야

입력 2015-09-15 00:20

‘감독’이라는 말 자체는 그다지 유쾌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상대방을 강제하는 어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감독’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어떤 일이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보살펴 다잡는다’는 뜻으로 부담감이 없는 따뜻한 단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라고 하면 잘못한 일이 없어도 움츠러들게 되는 것은 왜일까.

전국 1133개 농·축협과 4590개 지점의 신용업무를 지도·지원하는 농협 상호금융 대표는 금감원의 통제와 감독 안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에서 느끼는 이미지는 딱딱하고 엄격한 호랑이 감독의 모습도 있었다.

그런 금감원이 올 초부터 달라졌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앞으로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심판관’이 아닌 ‘코치’ 역할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사전적 지도감사를 펼치고, 검사 매뉴얼 간소화 및 표준화 공동 추진, 상호금융권과의 소통 강화도 발표했다. 처음에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되는 것 아닌가 하고 금감원의 변화에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실시하던 종합검사를 폐지하며 사전적 업무지도를 통한 감독으로 상호금융의 자율적 통제를 지원하고, 업계와의 소통 강화를 실천하면서 변화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기관에 대한 감사운영 방향을 전환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금감원은 중앙회에 대해서 주기적인 감사를 수행하고 개별 조합에 대해서는 그동안 해왔던 감사를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회가 개별 조합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에 대한 검사·감독업무를 적정하게 하고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으로 감사운영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인적·물적으로 영세한 조합에는 현장지도와 교육 및 경영컨설팅을 병행하기로 했다.

사후 지적과 제재보다 문제점에 대한 사전 지도와 개선을 위주로 검사를 진행하고 소형 조합에 대해서 현장검사 대신 컨설팅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의 개선방안이 나왔는데 이는 현장 목소리를 잘 반영한 것이다. 각 중앙회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의미 있는 결정이다. 정책협의회를 통해 상호금융업권(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마을금고)간 정보교류와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현안을 논의하고 공동 대응하는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도 좋다.

이런 소통의 장을 통해 상호금융업이 좀 더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지금의 규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토론이 가능하리라 본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서 일부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은행권과 동일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고 동일인 대출한도 및 예대비율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상호금융권의 성장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금년 말까지 인정되는 예탁금 비과세제도는 이를 연장해야 할 당위가 크다. 비과세 비중이 높은 상호금융권 특성상 비과세 폐지 및 저율과세로의 전환은 수신 축소와 이익 감소로 이어져 영세조합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금감원의 현장 중심 행보가 좀 더 과감한 규제 해소와 업계 애로사항의 정책반영으로 이어진다면, 1700여만명의 조합원을 가진 상호금융업권 성장에 따른 열매가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기여 등으로 환원될 것으로 확신한다.

금감원이 마련한 검사·제재 개혁과 소통의 장에서 상호금융기관들이 서민금융, 지역금융을 활발히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전향적인 규제개혁이 중단 없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허식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