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SF영화 ‘주피터 어센딩’을 보면서 에롤 플린 주연의 1930∼40년대 해양활극이 연상되더라는 평을 했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느낌을 또 받았다. 이번에는 롤랜드 조페 감독의 판타지 액션 로맨스 ‘더 러버스’를 보고서였다. 조시 하트넷이 현대의 젊은이와 18세기 영국령 인도에서 활약하는 영국군 장교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1인2역을 했다.
그러다보니 붉은색 영국군 제복을 입은 하트넷의 모습이 마치 그 옛날 역시 영국 군복을 입고 인도와 아프리카 등지의 식민지에서 맹활약한 에롤 플린이나 케리 그랜트, 게리 쿠퍼를 고스란히 연상시켰다. 이 영화가 1930년대에 쏟아져 나온 이른바 ‘제국 서사극’과 대단히 흡사하지만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옛날 영화들처럼 노골적으로 식민지 ‘야만인’들을 무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20세기 전반기까지 할리우드를 잠식했던 ‘제국주의적’ 시각이다. 그 영화들은 대개 영국의 식민지를 배경으로 ‘반란’을 제압하는 영국군 장병들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영국의 최전성기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문명화된’ 질서가 군사적 기치로 전환돼 ‘식민지의 야만과 혼란’을 무력으로 정리한다는 ‘제국주의 찬가’를 불러댄다. 이런 제국주의적 시각은 그 후에도 할리우드에 끈질기게 살아남아 ‘스타워즈’ 시리즈와 ‘주피터 어센딩’ 같은 미래 SF에까지 담기고 있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37) 할리우드의 제국주의 찬가
입력 2015-09-15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