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무패 복서’ 로키와 메이웨더

입력 2015-09-15 00:10

근대 복싱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체급 없이 맨손으로 싸웠는데 승자는 상금도 받았다. 초대 프로챔피언은 영국의 제임스 피그였다. 1719년 챔피언에 등극한 뒤 11년 동안 타이틀을 유지했다. 그의 정확한 전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몇 차례 패배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링 위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얘기처럼 수많은 복서들이 승리와 패배를 모두 맛보며 피고 졌다.

이런 공식을 깬 선수가 바로 로키 마르시아노다. 미국 출생의 이탈리아계 백인 선수인 로키는 1947년 데뷔했다. 그는 1952년 흑인 챔피언 저지 월코트와의 세계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KO승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백인의 우상으로 떠오른 로키는 49전 전승에 43KO승이라는 화려한 전적을 남기고 1955년 타이틀을 자진 반납하기에 이른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록키’는 그의 일대기를 각색한 영화다. “가는 길에 패배는 없다”던 그는 46세 때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숨졌지만 최초의 무패 선수이자 존경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로키 후 60년 만에 또 한명의 ‘무패 복서’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WBC·WBA 웰터급 세계 챔피언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다. 그는 13일 자신의 마지막 49번째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로키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49전승 26KO. 하지만 평판은 로키와 완전히 다르다. 5월 매니 파퀴아오와의 대결에서 수비 복싱으로 비난을 받았던 그는 은퇴 경기였던 이날 타이틀전에서도 펀치 싸움을 피해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영원한 무패 복서’로 남았지만 상처뿐인 영광에 불과했다.

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사례다. 유종지미(有終之美)처럼 영어 속담에도 “끝마무리를 잘하면 그 일의 영광을 보장한다(The end crowns the work)”는 말이 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무리의 중요성’은 보편적인 진리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