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농협중앙회 경제 대표는 추석을 앞둔 요즘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우리농산물 범국민 소비촉진운동'을 선포한 이후 처음 맞는 민족 최대 명절을 1990년대에 전개했던 제2의 '신토불이'로 확산시키는 도화선으로 삼겠다며 백방으로 뛰고 있다. 전국에 있는 농협 산하 하나로마트를 동분서주하며 소비자들에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 농산물을 위해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밖으로는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우리 농산물도 한류 대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사를 찾아 우리 농산물 전도사를 자처한 이 대표를 만났다.
-농협이 사업구조 개편을 한 지 올해로 4년째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지.
“2012년 관련법 개편의 기본 취지가 농촌 활성화다. 판매농협이 주목표다. 판매농협은 우리 농산물을 제값 받고 많이 팔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90년대 ‘신토불이’ 운동은 한국 것이라는 이유로 사달라고 하는 것이어서 맘에 쏙 들지 않는다. 소비자들 니즈가 애향·애국주의가 아니라 실용주의로 급변했는데, 거기에 맞춰 정당하게 겨뤄보자는 게 범국민 소비촉진운동이다. 애국심에 호소할 때는 지났다. 미국산 체리 같은 것은 우리 것보다 크고 먹기 편하더라. 대형마트에서는 아예 전세기를 띄워서 매일 실어 나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산물이 설 땅이 있겠는가. 농민들이 많이 깨우치고 있지만 망고 등 외국산 과일의 당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이제는 우리도 감성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농산물 잘 만들어 수입 농산물에 대적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은.
“고품질 우수 농산물, 안전한 농산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름을 ‘명인명작’으로 붙였다. 농협이 선정위원회를 열어 품목별로 선정한다. 올해 30곳, 내년까지 150곳의 주요 농산물을 선정할 계획이다. 특수 품목은 개인을 뽑고 일반 품목은 산지 농산물 조직(연합사업단 등)을 선정해 지속적인 출하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명인명작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나.
“선정패를 수여하고 농우바이오 종자회사에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시설 투자 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세미나 교육 기회와 농업 선진국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명작 농산물을 농협이 다른 농산물에 비해 좋은 가격으로 책임지고 판매해준다. 다른 수입 농산물과 견주어 품질, 가격, 당도, 맛으로 대적해보고 싶다는 뜻에서 명인명작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FTA 파고를 뛰어넘을 수 있다.”
-추석이 다가온다. 기업체들과의 제휴를 많이 하던데.
“현대차, 삼성화재, KT&G 등을 돌아다녀보니 추석 선물을 우리 농산물로 하겠다고 하더라. 요즘 재미를 붙였다. 기업들도 관심을 가지고 봉사활동할 때도 우리 농산물, 과일을 가져가는 기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를 보는 신도들이 많이 계시니까 교회에서 봉사활동할 때도 농협과 같이 농산물 선물도 하고 했으면 좋겠다(웃음).
-판매농협 진척 사항은.
“판매농협을 구현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많이 판매하려면 산지(産地) 규모화가 이뤄져야 한다. 도매사업 역량도 강화하고, 판매 채널도 다양화해야 한다. 이마트, 홈플러스 구내식당 등에 농산물이 많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민노총, 한노총 등을 찾아다니면서 단협 사항으로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렇게 하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SK가 좋은 사례다. 농촌과 상생하는 방법으로 매년 회사에서 1만7000여 종업원들에게 30만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를 주고, 본인이 30만원을 부담해 한 달에 5만원어치씩 양파, 고추, 가지 등 농산물을 각자 집에 꾸러미로 보내준다. 농협도 창립기념일에 보너스 일부를 농산물로 보내준다. 지금 골프장에도 우리 농산물이 들어가고 있다. 주한미군 11곳에도 들어간다.
현대차와는 양파값 안정을 위해 협약을 맺었다. 2억원을 상생 마케팅 자금으로 현대가 냈다. 이를 이용해 오른 값을 낮추면서 소비를 촉진했다. 이런 협약을 맺은 기업이 65개다.
-현대차와의 상생 방안이 재미있다.
“현대차도 우리와 똑같은 상황이다. 사람들이 요즘 외제차를 많이 구입한다. ‘우리 체질에는 우리 농산물, 우리 몸(체형)에는 현대차’라고 얘기했다. 여러 차 타봤는데 현대차처럼 의자가 딱 맞고 편한 차가 없었다. 농협은 직원이 많으니까 캠페인하면서 현대차 3000대 정도 팔아줬다. 예를 들면 이런 아이디어도 좋을 것 같다. 차를 사면 감사 표시로 우리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주는 것이다.”
-요즘은 온라인 직구, 직배송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쿠팡이 내년까지 1만명을 채용해 e-commerce 시장에서 2시간 배송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두부나 콩나물 등을 택배로 하고 싶어도 상할까봐 못 한다. 쿠팡이 2시간 내에 배송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 쿠팡 목표가 10년 내 모든 것을 모바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식사 패턴을 읽고 자동으로 배송하는 것까지 다 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방중 때 전국화련상하집단과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다른 계획은.
“17∼18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각 성에 물건을 사주는 사람들과 만난다. 실질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를 초청하면서 비행기표, 숙박까지 다 해줬다. 지금은 우리나라 농산물이 중국 검역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그러더라. 농산물 무게 달 때 근으로 달다보니 무게가 많이 나가야 비싸고, 농약도 많이 첨가한다. 8000여만명의 중국 부유층은 자국 농산물을 외면하고 한국 친환경 농산물을 좋아한다. 아직 검역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화련그룹에서 그걸 알고 있어서 이후에 지속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곳이 어딘가를 따져보고 농협을 고른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걱정하는 게 ‘짝퉁’인데, 농협과 거래하면 원산지라든지 품질 면에서 가짜가 없기 때문에 정품 인증 상품을 자기들이 선점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믿을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농산물을 선점해 향후 교역조건 완화를 대비해 하고 싶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를 통한 판로 개척 계획은.
“알리바바 한국관이 있지만 실제로 대기업 상품 등록만 돼 있지 판매는 미미하다. 장기적으로는 알리바바를 통해 실제로 우리 농산물을 팔려고 한다. 알리바바 빅데이터를 가지고 실질구매가 이뤄질 수 있는 마케팅을 해보고 싶다. 한국 농산물 품질이나 이런 것은 제가 볼 때 손색이 없다.”
-대표로서의 경영 신념은.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직원들에게 농민, 도·면 단위 직원 등에게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섬기는 자세로 사람을 대하라고 얘기한다. 특히 ‘사농공영(思農共榮)’을 강조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농업인, 농촌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자, 공동으로 농민이나 소비자나 직원들이 번영을 하자는 의미다.”
이동훈 경제부장 dhlee@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이상욱 농협중앙회 경제 대표] “한·중 FTA 파고, 농산물 명인명작 키워 넘을 것”
입력 2015-09-15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