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노동개혁에 대타협을 이뤄낸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대타협에 따른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아 있지만 큰 고비를 넘긴 것은 사실이다. 1년여 동안의 우여곡절 협상 끝에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을 절충한 결과다. 어쨌든 박근혜정부가 경제 재도약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급하다고 규정한 노동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노사정위원회가 13일 합의한 핵심 사항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부분이다. 일반해고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되 제도개선 때까지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기존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기로 결정한 것은 적절한 합의다. 정부가 주장해 온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행정지침 마련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기로 한 합의 또한 바람직하다.
임금피크제 도입 및 개편과 관련해서도 같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긍정 평가한다. 특히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청년 고용에 활용하고, 고소득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키로 한 것도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노사 상생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개혁은 필연적으로 노동자 측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사용자 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성공하기도 어렵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정부가 새누리당의 도움을 받아 독자적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밀어붙이식 개혁’을 일단 단념토록 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 대신 노사정이 구체적인 노동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합리적이다. 전체 노동계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당장 노동계 협상 당사자인 한국노총은 14일 중앙집행위원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입법과 추가 협상이다.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 단축, 실업급여 강화, 출퇴근 재해 산재적용 등은 대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져 당장 입법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정규직 사용기간과 파견근로 확대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노사정은 해고요건 및 임금피크제 규정과 관련해 이른 시일 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협상보다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진정성이다. 이미 합의한 것처럼 절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려 해서는 안 된다.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은 민주노총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의 설득 능력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사설] 노사정 대타협으로 고비 넘겼지만 마무리가 더 중요
입력 2015-09-14 03:44 수정 2015-09-14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