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시진핑의 향후 대미 관계… 美와 ‘신형대국관계’ 풀 해법이 문제

입력 2015-09-15 02:5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놓여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의 문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현재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따른 갈등과 중국의 미국 군사시설 및 기업 해킹 의혹 등을 두고 민감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의 주장은 언제나 평행선을 그으며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 주석의 미국 방문 중에도 적당히 덮어두느냐 아니면 폭발하느냐의 문제지 완전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힘들 전망이다.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이유는 그 이면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중국의 꿈’을 역설하며 중국의 경제적인 힘에 걸맞은 국제적인 지위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중국이 외교 개념으로 만든 것이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The new model of major-country relationship)’다. 중국은 옛 소련의 몰락으로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던 미국에 세계 패권의 일부를 양보하라고 하고 있지만 미국은 현재로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중국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를 미국이 수락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인정’ 속에 안정적인 경제의 업그레이드를 이루려는 시진핑 지도부의 계획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 주석이 부주석 시절이던 2012년 2월 미국 방문 시 처음 언급한 신형대국관계는 이후에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은 언론을 통해 신형대국관계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칼럼을 통해 “신형대국관계는 역사상 신흥대국과 기존 패권대국 간에 반드시 충돌이 일어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국이 대국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려는 지혜와 역사적 책임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정의한 신형대국관계는 중국과 미국이 서로 충돌하거나 대결하지 말고 상호 존중해 협력과 윈윈의 새로운 관계를 이루자는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특히 상호 존중과 관련해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우선 ‘대국(大國)’과 ‘핵심 이익’의 범주에 대한 해석에서 차이가 있다. 중국은 대국을 중국과 미국, 필요에 따라 러시아까지 포함시킨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은 빠져 있다.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미국은 대만이나 티베트·신장 지역의 주권 문제로 제한하는 반면 중국은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분쟁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거듭된 중국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을 쫓아내고 패권을 갖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미국의 ‘오해’를 푸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웨이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장은 시 주석의 미국 방문에 대해 “중·미 관계에서 결정적 시기의 결정적 방문”이라며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해 신뢰는 증진시키고 의심은 푸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와 학자, 경제계 그리고 대중 강연을 통해 중국의 바라는 바의 비전을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