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큰 틀 타결… ‘정부 압박’에 합의는 했지만 넘어야 할 산 첩첩

입력 2015-09-14 02:53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위 4인 대표자회의에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왼쪽 세 번째부터 시계방향)에게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1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대타협의 뒤끝은 개운치 않다. 한국 노동시장의 오래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며 시작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시작부터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으로 갈등을 촉발시켰다.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던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와 ‘일반해고 요건 마련’ 이슈 역시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합의문을 만들긴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한국노총의 내부 의결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예산안 등을 이유로 노동계를 압박하며 얻어낸 ‘억지 합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야당 목소리가 높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규직 과보호’부터 ‘쉬운 해고’ 논란까지=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해 9월 처음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를 위한 특위를 설치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원청과 하청 등 지나치게 이중구조화된 한국 노동시장에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논의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이 같은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 과제를 담은 ‘노동시장 구조개선 원칙과 방향’에 합의, 지난 3월 말까지 최종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규직 과보호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최 부총리의 발언은 노동시장 개혁의 방향이 ‘노동시장 유연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오해를 샀다.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일반해고 요건 마련 등 2대 쟁점이 수면위로 오르면서 노동계 반발이 극대화됐고 지난 4월 노동계는 노사정 대화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지지부진했던 노사정 대화는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실업급여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속도가 붙었지만 이번엔 정부의 일방통행이 문제가 됐다. 지난 8월 26일 노동계가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 이후 정부는 예산안 제출 시한인 지난 10일을 ‘대타협 시한’으로 제시하며 노동계 합의를 압박했고 이어 14일 당정협의를 다시금 시한으로 제시했다. 노사정위 안팎에서는 정부가 노사정위를 대화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안에 대해 동의해줄 기구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높아졌다.

◇한국노총 중집이 최종 기로=그러나 노사정 대표자 4인 간의 합의문은 한국노총의 내부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집행위를 통과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지난 8월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면서 ‘중요한 결정은 중집을 통해 최종 결론 내린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최종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문제 등은 노사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임금단체협약이 우선이기 때문에 노사정 합의가 현실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반해고 요건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중장기적인 국회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