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신고를 받은 경찰이 뒤늦게 출동한 사이 30대 여성이 칼에 맞아 숨졌다. 다른 사건을 같은 사건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아들의 여자친구 이모(34)씨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박모(64·여)씨를 체포했다고 13일 밝혔다. 박씨는 전날 오후 9시42분쯤 용산구 한남동 자택 앞에서 이씨의 명치를 칼로 한 차례 찔렀다. 이씨가 자신에게 핸드백을 집어던지자 아들이 비켜선 틈을 타 칼을 휘둘렀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건 박씨가 이씨를 찌르고 30초쯤 뒤였다고 한다. 이씨는 몸을 굽힌 채 피가 흘러나오는 배를 붙잡고 있었다.
박씨의 아들(34)이 첫 112신고를 한 시간은 사건 발생 30분 전인 9시12분이었다. 그는 경찰에 “어머니가 칼을 가지고 나가 집으로 찾아오는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앞서 전화로 심하게 다퉜다. 박씨는 두 사람이 사귀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박씨 아들은 경찰이 나타나지 않자 9시27분쯤 다시 112로 독촉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이 전화를 받고서야 출동했다.
지구대 직원들은 같은 시간 인근에서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를 같은 신고로 오해했다고 한다. 두 장소는 직선으로 약 68m 거리였다. 둘 다 다세대 주택에 호수도 ‘지하 03호’와 ‘103호’로 비슷했다. ‘지하 03호’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들은 ‘103호’ 사건까지 해결된 것으로 착각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구급차는 약 10분 뒤 도착했다. 9시55분쯤 이씨는 인근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강창욱 기자
60대 여성이 아들 여친 살해… 신고 받고도 막지 못한 경찰
입력 2015-09-1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