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며 담뱃값 인상에 나섰지만 결국 정부와 담배사 등 업체들만 배불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값이 2000원 오르면서 세수가 늘고 담배회사와 편의점 영업실적은 되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초기에 줄었던 담배 판매량마저 회복 조짐을 보여 정부의 담뱃값 인상 조치가 무색해졌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과 담배 제조사인 KT&G의 영업실적이 대폭 호전됐다. 동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2830억원, 214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2%, 73.2%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담배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2500원짜리 담배의 경우 4500원으로 오르면서 1분기 BGF 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지만 판매액은 33.3% 늘었다.
HMC투자증권은 담배 수요 감소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KT&G 목표주가를 종전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올렸다. 보고서는 지난 1분기 내수 담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35.1% 줄었지만 2분기에는 감소폭이 19.2%로 축소됐고, 3분기엔 17.0%로 수요 감소폭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KT&G 측은 “실적 향상은 수출과 환율의 영향”이라며 “내수만 보면 지난 2분기 전년 동기보다 약 400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담배 판매량은 담뱃값 인상 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이 최근 한국담배협회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판매된 담배는 3억5000만갑으로 최근 3년간 월평균 판매량(3억6200만갑)에 근접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연초 ‘담뱃값 인상’ 정부·기업 배만 불렸다… 판매량, 인상전 수준 회복
입력 2015-09-14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