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美 금리 향방 어디로… 세계가 숨죽인 ‘운명의 한주’

입력 2015-09-14 02:56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이번 주 후반에 결정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온통 쏠려 있다. 이번에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될 확률이 한두 달 전에 비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돈줄을 죄면 전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충분히 예고됐고 각국 시장에도 어느 정도 반영된 사안이므로 재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거나 “불확실성 해소로 안도 랠리가 진행될 것”이라는 식의 낙관론도 나오지만 미국 통화정책의 전환이란 중대 변화를 맞아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 금리를 올릴 때가 왔다”=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열어 한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기금금리 인상을 시작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0∼0.25%로 낮췄던 금리를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올릴 방침이다. 그동안 미국경제가 많이 회복돼 더 이상 위기의 한복판에 있지 않으니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점진적으로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 시작을 약속했기 때문에 선택지는 FOMC가 열리는 9월과 10월, 12월 셋뿐이다. 10월 FOMC는 기자회견이 없어서, 12월은 너무 늦어서 가능성이 작고 9월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경기 둔화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미 금리 인상이 12월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현지 경제 전문가 64명을 상대로 금리 인상 시기를 물은 결과 이달 인상을 지목한 답변은 46%로 지난달 초 조사(82%)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달 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10월(9.5%)이나 12월(35%), 또는 내년으로 연기 전망(9.5%)보다는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1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N머니는 “습관적인 반대론자들이 얘기하는 금리를 올릴 완벽한 때(perfect time)란 없다”며 “연준은 이번 주에 금리를 올려 미국경제가 좋아졌고 영원한 0% 금리는 필요로 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미국은 역사적으로 국제경제 환경보다는 자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금리 정책을 써왔다”며 “중국경제 침체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유예할 공산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이달에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인상 시기가 12월로 약간 늦춰지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바뀌어 각국의 환율·금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신흥국에 뿌려졌던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문제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원 카우시크 바수는 “미 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이 자본 유출 공포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세계경제가 상당한 취약성을 안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 금리 인상은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일부를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결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역시 “미 금리 인상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그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보다 펀더멘털이 약하고 위기에 취약한 동남아시아에 첫 번째로 파급될 것이고 그 나라들이 어려워지면 우리나라는 2차 파장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긴축에 나서는데 중국은 반대로 가고 있어 둘 사이에 낀 우리나라가 곤란해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중국 금융시장이 미 금리 인상에 크게 반응한다면 우리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며 “당장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보다는 중국을 한번 거쳐 오는 위기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