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법 성인오락실과 성매매업소 단속에 몰래카메라(몰카)를 활용하기로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몰카 전면금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은 다음달 말까지 시계형 캠코더 50대와 단추형 캠코더 59대를 추가 구입해 각 지방경찰청에 조달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들 기기는 각각 시계와 단추로 위장한 초소형 캠코더다.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과 마찬가지로 겉만 봐서는 카메라인지 알 수 없다. 시계형은 대당 20만원, 단추형은 40만원 정도다.
시계형은 가로세로 각 45㎜, 높이 15㎜ 이하의 시계에 렌즈가 숨어 있다. 손목시계처럼 착용한 상태로 버튼을 눌러 촬영할 수 있다. 적외선 촬영 기능을 갖춰 야간 녹화가 가능하다. 고성능 마이크가 내장돼 녹음도 된다.
단추형은 본체에 달린 단추 모양 렌즈를 셔츠 단추 구멍 밖으로 나오게 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단추형 중 12대는 영상을 원격으로 전송하는 기능이 있다. 인근에서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고 원거리에서는 5분 정도 간격을 두고 현장 영상을 받아볼 수 있다.
이 카메라는 사행성 오락실과 성매매업소를 단속할 때 증거 수집용으로 사용된다. 경찰은 이미 2013년부터 단추형 캠코터와 옷 등에 부착하는 바디캠 같은 몰카를 각종 단속 및 범죄 현장에서 사용해 왔다. 시계형 도입은 처음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 카메라를 들고 가면 단속 나온 걸 업주들이 눈치 채고 증거를 숨겨 버린다. 원활한 증거 수집을 위해 초소형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불법 오락기는 단추 하나로 프로그램을 삭제하거나 화면을 합법 게임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금지하려는 장비를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찰청은 ‘워터파크 몰카 사건’ 이후 몰카 제조·수입·판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 청장은 지난달 3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카메라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카메라는 금지하는 게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가 범죄에만 쓰이는 게 아닌 한 제조와 수입까지 금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전면금지 방침이 입법 과정에 그대로 반영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몰카 근절시키겠다더니… 몰카 쓰려는 경찰
입력 2015-09-14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