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마음이 많이 아프다”… 與도 리더십 흔들

입력 2015-09-14 02:5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 종교행사에 참석했다가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고 있다. 서영희 기자

사위 마약복용 사건 ‘봐주기 판결’ 논란에 휩싸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좀처럼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집중포화가 연일 이어지고, 김 대표 본인도 특유의 강한 소신발언 행보를 하지 못하며 ‘자숙 모드’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로 지도부 공백 사태에 신음하는 와중에 여당마저 김 대표발(發) 논란에 리더십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김 대표의 ‘대권가도’가 흔들릴 뿐 아니라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계파 갈등마저 불거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무성 “마음이 많이 아프다”=김 대표는 13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 종교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라고 말했다. 둘째 사위의 마약복용 사건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그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해명한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서 말문을 열었다.

특히 김 대표가 곤혹스러워하는 대목은 ‘청와대 기획설’이다. 사위의 봐주기 판결 의혹을 청와대에서 흘려줘 언론에 보도됐다는 게 이 루머의 골자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끌어낸 데 이어 김 대표를 향한 공격을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정치생명을 걸자 이에 비판적인 친박 진영이 다시 그를 흔들려고 한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 지분’을 요구하는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대표 측에선 둘째 딸 결혼 6개월 전에 있었던 사위 판결 문제가 뒤늦게 불거진 점을 근거로 “의도적으로 김 대표를 깎아내리려는 것 아니냐”고 성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유승민 거취 정국’ 당시 당 일각에선 “그 다음에는 김 대표 차례”라는 ‘순망치한(脣亡齒寒)론’이 나돌기도 했다. 김 대표가 유 의원을 지키지 않는다면 김 대표 본인도 청와대의 타깃이 될 것이란 얘기였다.

◇사위 마약 사건, 여파는=김 대표 측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근거 없는 의혹’으로 확대될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과 자신의 정치적 소신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김 대표로선 돌발 변수에 삐끗하게 된 모양새다.

이번 사건이 김 대표가 직접 관여된 비리 의혹이 아닌 만큼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여야 합의부터 갈 길이 먼 오픈프라이머리 문제 때문에 청와대가 김 대표를 지금 흔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기획설에 대해 “대응할 가치도 없는 사안”이라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대표가 참석했던 행사에선 공교롭게 ‘마음이 아픈’ 여야 대표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면이 연출됐다. 김 대표 다음으로 축사에 나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당 내분을 의식한 듯 “저와 김 대표를 비롯해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시대…”라고 언급했다. 양당 대표에 이어 연단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아픈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박 시장은 최근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다시 제기한 네티즌 등을 고소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