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미래, 여교역자를 세워라] “여성 리더십 깨워 한국교회 영성회복”

입력 2015-09-14 00:10
김예식 예심교회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여성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여성1호 목회자인 김예식(63) 예심교회 목사. 그는 예장통합이 1995년 총회에서 여성목사 안수제를 통과시킨 뒤 이듬해 가을노회에서 처음으로 안수를 받은 19명의 여성목사 중 한 명이다. 2000년 서울 방배동에 예심교회를 개척한 김 목사는 소그룹 공동체인 ‘가정교회’를 통해 평신도 사역자를 양성하는 사역과 목회에 상담을 접목시킨 전인치유 사역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여전도회관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14∼17일 예장통합 제100회 총회를 앞두고 총회 여성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여성 총대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총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예장통합에서 여성목사 안수가 법제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성 총대는 아직도 전체의 1%에 불과합니다. 여성위원회도 1년간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특별위원회여서 매년 총회에서 존속 청원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여성위원회가 상설위원회가 되면 여성 목회자·평신도들의 교육 및 리더십 과제를 개발할 수 있는 중장기적 사역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김 목사는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여성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를 떠난 성도들을 끌어안고 젊은이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선 건강한 리더십의 회복이 시급합니다. 특히 투명하게 재정을 관리하고 정치적이지 않은 여성 장로·목회자들이 화해자로서 교회 안의 화합에 힘쓰고 동역한다면 한국교회에 제2의 부흥을 가져올 것입니다. 잠자는 여성 리더십을 깨워야 합니다.”

김 목사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한국교회에서 녹록지 않은 길을 걸어오며 여성 목회자의 길을 개척했다. 32세였던 1984년 두 아이의 어머니였지만 과감하게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교역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다른 워킹맘처럼 자녀양육과 공부, 목회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렸다. 자녀가 어렸을 때, 엄마의 손길로 더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한 죄책감도 가졌다.

여성목사로서 차별도 경험했다. 목사 안수를 받은 뒤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하자 선후배 목회자들은 ‘여성목사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여성목사의 입지가 좁은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목회자로서의 소명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한국교회를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여성도 담임목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성 목회자로서 교회에 압도적으로 많은 여성들의 멘토가 되고 그들이 교회 안에서 건강하게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목회하고 싶었죠. 여성의 리더십이 회복된다면 한국교회가 더 큰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목사는 후배 여성 목회자들에게 관심 분야에서 실력을 키우며 목회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교회가 가부장적이라고 환경 탓만 해선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 목회행정, 컴퓨터, 성경본문 분석, 기독교 교육, 사회복지, 상담 등 전문분야를 개발해야 합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역을 브랜드화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

김 목사는 여성 목회자의 개척과 관련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나님께 부름을 받았다면 용기를 잃지 않기 바란다”면서 “개척하려면 교회 공간 등 인프라와 헌신적인 멤버들이 필수다.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여성 목회자들과의 네트워킹을 강조하면서 “작은 교회에서 사역해도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례를 연구·분석해 공유하면 여성 목회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여성 목회자들이 남성 목회자들과의 경쟁에 포커스를 두기보다 하나님이 천부적으로 주신 은사를 개발하고, 성도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사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가정과 직장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성 목회자들은 이들을 위한 돌봄·치유·상담사역 등을 하면서 평신도들을 건강하게 세우는 사역을 해야 합니다. 현대인이 교회에 바라는 것은 진실하고 정직한 목회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연약한 지체들을 돌보고 성도들에게 유익을 준다면 작지만 건강한 목회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성 목회자로서 겪은 훈련과 연단을 통해 주님께 더 귀하게 쓰임 받을 것입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