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군사기밀 유출은 사안에 따라 국가 안보를 해치고 결과적으로 이적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보통 심각하게 다뤄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조직으로 추정되는 원전반대그룹 ‘후엠아이(Who Am I)’가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무관부(국방부 소속)가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정보 문서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발생 한 달이 지났으나 국방부는 유출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전산망이 해킹당했거나 누군가가 문서를 유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의 방첩 기능에 구멍이 뚫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사건이다.
또 이달 초에는 한·미 공동의 ‘작전계획 5015’ 존재가 드러났다. 작계 내용은 최고의 군사기밀 중 하나다. 이것이 노출되면 아군의 전략이 드러나고 위험에 빠질 수 있으며, 계획 자체를 변경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양국이 공식 서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서명 사실과 함께 새로운 작계가 수립돼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 적용됐다는 얘기까지 나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군 방첩 기능을 담당하는 국군기무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이 조사하고 있으나 미국 측이 유출 경위 조사를 공식 요구할 정도니 창피스럽기까지 하다.
지난달 북한 포격 도발 당시 한 해병대 장교는 비무장지대의 미확인 비행체와 관련한 육군 전술체계망(ATCIC) 화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유출했는가 하면 공군과 육군의 간부는 부대 내 상황 정보를 사회관계통신망(SNS)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 드러난 것만 이 정도니 어디서 어떤 기밀이 새나가고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기밀을 다루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태도도 아주 실망스럽다. 물론 기밀이라는 보호막을 쳐놓고 예산을 낭비하고 무능력을 감추는 군과 안보 기관들의 행위는 비판받고 시정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치적 인기나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피감기관에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국회 발언을 통해 안보·군사 기밀을 거론하는 것은 치기(稚氣)를 부리는 행동일 뿐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노출돼서는 안 될 정보 관련 부대의 명칭을 공개하고 예산을 묻는 의원들이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비공개로 따지고 분명한 답변과 향후 조치 사항을 점검하면 된다. 의원들은 선진국들의 정보위원회나 군사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위원들이 국익과 안보를 위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기무사는 군 기밀 유출 사태를 단순 범죄로 다뤄서는 안 된다. 주요 기밀이 한 번 유출되면 계획 변경, 전면 재검토 등으로 엄청난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될 수도 있다. 어느 지점에서 어떤 형태로 유출됐는지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방첩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설] 군 기밀 유출·의원 기밀 발언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15-09-14 0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