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가스 테러 같은 사춘기의 일탈 개인 아닌 시스템 문제로 접근해야”

입력 2015-09-14 02:19
한영주 15세상담연구소장(오른쪽)과 채선기 책임연구원이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15세 전후 아이들을 상담하며 파악한 사춘기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중2병’으로 불리는 사춘기 청소년의 일탈이 최근 ‘부탄가스 테러’라는 폭력적인 형태로 불거졌다. 전학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던 이모(15)군은 지난 1일 전에 다니던 서울 양천구 중학교를 찾아가 빈 교실에서 휴대용 부탄가스통에 불을 붙였다. 이 장면을 촬영한 뒤 온라인에 공개해 충격을 줬다. 이 아이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해법은 무엇일까.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만난 ‘15세상담연구소’ 한영주(42) 소장, 채선기(40) 책임연구원은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 우리 사회 교육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부설 15세상담연구소는 사춘기 청소년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집단상담프로그램 ‘15통활’(15세 아이들과 통하기 위한 활동)은 지난해 50여개교에서 도입했다.

한 소장은 “청소년기는 감정적으로 취약하고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능력과 사회성도 부족하다”며 “작은 상처를 크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섣불리 진단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군의 행동을 두고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일이 커져 버렸다’고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주목받는 것에 대해서는 신기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채 연구원은 “이군 사건을 병리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사춘기의 한 과정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한 아이의 문제로 치부해 사회에서 도려내려 하지 말고 ‘왜 그랬을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교육현장의 큰 문제점으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을 꼽았다. 공부와 입시 이외에 다른 어떤 자극도 허락하지 않는 현실이 그것이다. 상담 중 만나는 대부분 학생이 두려움과 외로움을 호소하고, 친구 관계에서도 경쟁의식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한 소장은 “15세 전후에는 몸에서 2차 성징이 일어나는 것만큼 뇌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이 나타나고 감정도 풍부해진다”며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도 놀란다. 사회가 이들의 변화를 인지하고 도와주는 ‘통과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연구원은 “진정한 만남과 소통을 경험할 때 아이들이 내뿜을 수 있는 긍정 에너지는 무한하다”며 “아이들의 성장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건강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