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이사철 집 문제는?

입력 2015-09-14 00:20

집을 많이 짓고 나면 집 문제는 없어지지 않겠는가. 이 단순한 명제가 틀렸다는 것은 이제 다 안다. 이른바 주택보급률이라는 것이 100%를 넘었는데도 집 문제는 풀릴 기색이 없다. 풀리기는커녕 월세 전환에 주거비 부담이 늘고 전세는 씨알이 말라가는 지경이라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있다.

전·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은 벌써 5년여째다. 은행 금리가 낮아 월세로 전환하고자 하는 집주인이 늘고, 재개발과 재건축이 대규모로 일어나면 주변 주택 임대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없는 예측과 수없이 많은 경고가 있었고 그 현상을 직접 목도해온 지도 오래되었다.

게다가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것도 대부분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지은 집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집을 살 만한 인구도 점점 줄어든다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꼭 빚을 끌어안고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이젠 없어졌다.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내려가더라도 그저 한꺼번에 뚝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집을 안 사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낯설기조차 한 현상이지만 이런 현상은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런 문제가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데도 왜 정책은 그대로일까. 왜 과거 집이 부족하던 시절처럼, 집값이 오르기만 하던 시절처럼, 집을 못 사 안달하던 시절처럼 정책을 펴는 걸까. 대출 쉽게 해서 집 사게 만들려 하고, 재개발 재건축 쉽게 할 수 있게 하려고만 할까. 문제를 문제로 정확히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전세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적기 때문일까.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만 관심이 크기 때문일까. 집주인 눈치를 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일까. 부동산 건설업자들을 지탱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일까. 여하튼 이 자체가 참 이상하다.

집 문제는 끊임없이 변한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우리가 있는데, 변화를 변화로 읽지 못하면 어떻게 제대로 대책을 세울 수 있단 말인가. 이사철이 되는 시점에 한숨만 나온다.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