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해변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돼 전 세계를 울린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에일란 쿠르디. 쿠르디의 죽음이 알려지자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폴란드, 미국, 베네수엘라, 호주 등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시리아 난민 수용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에일란 효과’다.
대다수 국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몽 같던 난민 행렬을 떠올릴 것이다. 이 중 프랑스와 폴란드는 망명정부를 수립했다. 국민 상당수가 난민이 됐다는 뜻이다. 프랑스는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은 1939∼45년 영국 런던에 망명정부를 수립했다. 샤를르 드골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군이다.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의 지지를 받았다. 폴란드 망명정부는 90년까지 영국 런던에서 활동했다. 자유주의 국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중국 국민당의 도움을 받았다. 국민당 총통 장제스는 임시정부 주석 김구의 신변을 보호하고 독립군 훈련을 지원했다. 카이로 회담(1943)에서 한국의 독립을 최초로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은 일제의 침략으로 약 300만명, 6·25전쟁 때 260여만명이 난민이 됐다. 이국이나 타향에서 난민의 설움을 겪었다.
최근 에일란의 사진이 보도된 뒤 국내에서는 낮은 난민 인정률(6.7%)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와 그 자녀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에일란 효과다. 아내와 아들을 잃은 에일란의 아버지 압둘라는 “모든 꿈이 사라졌다”고 했다. 에일란의 가족은 전쟁이 우리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상기시킨다.
국내엔 6·25전쟁으로 무려 반세기 넘는 시간 얼굴조차 보지 못한 가족들이 있다. 바로 이산가족이다. 생존 이산가족은 6만6292명. 이 중 단 100명만이 다음달 20∼26일 북한의 가족을 만난다. 추첨으로 상봉자를 뽑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662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아마 이산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에일란 효과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일 것이다.
강주화 차장 rula@kmib.co.kr
[한마당-강주화] 에일란 효과
입력 2015-09-14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