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진통]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의 최후통첩

입력 2015-09-12 02:32

정부가 11일 노사정 대타협 시한이 지났다며 정부 차원의 노동개혁 입법안을 밀어붙이는 마이웨이를 선언해 향후 노사정 협상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개혁은 시대적 과제”라며 “지난 1년 동안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타협과 협상을 유도해 왔다”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노동계와 경제계를 압박했다.

정부는 촉박한 국회 일정을 내세워 압박했다. 최 부총리는 “노동개혁을 위해선 입법 조치와 예산 조치가 필요한데 정기국회 예산 시한이 있어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열어 협상 결렬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정부가 조급증을 드러내며 신경전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10일 시한을 세게 요구한 정부가 노동계와의 자존심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했을 것이라는 명분론을 내놓기도 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정부의 발표에 노사정 대표들의 반감이 크다. 12일 대표자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두 가지 쟁점을 두고 노동계와 정부가 대치하는 것에 경제계가 노조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부 경제계를 향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는 노사정위와 별도로 여당인 새누리당의 5대 입법 추진과 고용노동부의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 마련 등 두 가지 방향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다음 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5개 노동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문제는 노사정 대타협이 최종 무산될 경우 두 가지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을 정부가 행정지침으로 밀어붙인다면 노조의 반발 등 후유증이 뻔하다는 점.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아직 도입하지 않은 것이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시한 일이었던 전날도 두 가지 쟁점 사항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총리는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공정한’ 해고를 위한 기준과 절차는 반드시 노동개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취업규칙의 경우 올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노사가 충분히 활용해 갈등을 예방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노사정이 합의해준다면 언제든 합의 내용을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노동계는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시한이 지났다며 협상 관련 내용에 대해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심화시키고 근로조건을 쉽게 개악시킬 수 있는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사실상 노동자의 마지막 남은 권리와 법적 보호장치의 자물쇠를 열어 자본이 가장 돈 벌기 쉬운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노사정위가 예상대로 결렬 수순을 밟고 정부의 단독 강행이 추진된다면 정권을 상대로 한 전면적인 총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

세종=서윤경 윤성민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