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없는 싱가포르 여당… 순항할까

입력 2015-09-12 02:16
싱가포르에서 11일 리콴유 전 총리 서거 뒤 첫 조기총선이 치러졌다.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의 승리로 현 체제는 유지됐지만 야당 역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선거에선 의원 4∼6명을 뽑는 집단 선거구 16개, 의원 1명을 뽑는 소선거구 13개 등 모두 29개 선거구에서 의원 89명을 뽑았다. 총인구 540만여명 중 246만여명에 이르는 21세 이상 유권자가 의무투표를 했다.

선거에 참여한 정당은 9개로 2011년 총선의 7개에 비해 늘었다. 여기에 사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가 불법인 데다 사상 처음으로 지역구 모두에 야당 후보가 출마해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싱가포르 국민들이 전 지역구에서 여당 외 다른 선택지를 가지게 된 것 자체가 지난 3월 서거한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 리셴룽 총리에게는 큰 시험이었다고 평가했다.

2011년 총선에서 리셴룽 총리가 이끄는 인민행동당은 87석 중 81석을 차지했지만 득표율은 사상 최저인 60.1%였다. 반면 최대 야당인 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6석을 얻은 뒤 2013년 보선에서 1석을 더 얻으며 약진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내놓은 28명의 후보 중 최소 20석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PAP는 최근 경제성장이 더뎌지면서 지지율도 추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의 지난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사상 최저인 1.8%를 기록했다. 올해 초 정부가 내놨던 경제성장률 예상치 역시 2∼4%에서 최근 2∼2.5%로 낮아졌다. 호주 ABC방송은 이날 싱가포르 현지 정치평론가를 인용해 올해 들어 리 전 총리의 죽음과 독립 50주년 기념일을 거치면서 여론이 크게 요동쳤다고 전했다.

여론 변화를 주도한 것은 경제성장기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층이다. 야당이 주로 공략한 대상 역시 이들이다. 특히 노동당은 젊은층의 주 관심사인 생활비 상승, 임금 불평등, 표현의 자유 제한 등을 주요 의제로 내걸며 여론몰이를 했다. 반면 여당은 지난 총선 뒤 주 지지층인 노년층을 겨냥해 의료 및 주거 서비스 확충에 나서 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