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에 희생된 ‘장롱 시신’

입력 2015-09-12 02:38
자택 장롱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학원강사 A씨(46·여)는 딴 남자를 만난다고 의심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것이었다. 의처증에서 비롯된 ‘데이트 폭력’이 극단적 형태로 표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1일 ‘장롱 살인사건’ 수사 결과 A씨의 남자친구 강모(46)씨가 A씨를 살해한 뒤 장롱에 시신을 넣고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강씨는 “(A씨가)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다니는 것 같아 극도의 증오심을 느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강씨는 지난 3일 대형마트에서 범행에 쓸 둔기와 끈, 가방을 산 뒤 송파구 A씨 집으로 갔다. 오후 7시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기다리다 귀가한 A씨의 뒤통수를 둔기로 때리고 목을 졸랐다. 옷을 벗겨 몸을 씻긴 뒤 장롱에 시신을 넣었다. 손이 장롱 밖으로 빠져나오자 플라스틱 끈으로 두 손을 묶고는 오후 11시쯤 현장을 떠났다. A씨 핸드백에서 신용카드를 훔쳐 100만원을 인출했고 10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강씨는 두 번 이혼한 전력이 있다. 과거 결혼생활에서도 의처증과 도박중독, 폭력 등으로 불화를 빚었다. 전 부인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A씨도 그간 수차례 데이트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를 살인·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