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니아들은 매년 9월이 되면 마음이 바빠진다. 주요 극장의 기획공연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10월에 동시에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축제(SPAF)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의 관람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축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의 수준이 높은 데 비해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하지만 공연 기간이 짧은데다, 좌석이 많지 않아서 두 축제가 간판으로 내세운 작품들은 이미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다.
10월 2∼31일 서울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개최되는 SPAF는 현재 진행 중인 광주 아시아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예산과 규모면에서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예술축제다. 올해 15회째로 축제 운영 주체는 예산을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의지에 따라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러나 연극과 무용을 중심으로 현대 공연예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조는 일관되게 지켜졌다. 해외 초청작의 경우 세계 공연예술계를 주도하는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작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올해는 해외 초청작 7편과 국내 초청작 10편, 제작공연인 ‘솔로이스트’ 3편, 협력공연 ‘창작산실’ 2편이 준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연극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서사극의 창시자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1949년 창단한 독일 베를린 앙상블의 ‘셰익스피어 소네트’다. 여기에 ‘가난한 연극’ 이론으로 유명한 폴란드 예지 그로토스프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의 ‘리빙룸’도 표가 거의 매진된 상태다.
댄싱나인 2의 스타 김설진이 소속된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톰의 ‘아 루에’, 프랑스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 예술감독 크리스티앙 리조의 두 작품 ‘실화에 따르면’, ‘사키난’도 주목되는 작품이다. 원래 아르코예술극장 기획공연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축제 제작공연으로 변경된 ‘솔로이스트’도 공연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무용수의 매력을 솔로 춤으로 보여주는 솔로이스트는 올해 김주원, 차진엽, 장윤나 등 발레와 현대무용, 한국무용계 여성 스타 3명을 한자리에 세운다.
9월 30일∼10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강동아트센터,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펼쳐지는 SIDance는 한국에서 국제 네트워크를 토대로 축제의 틀을 제대로 갖춘 첫 공연예술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계적인 홍보마케팅이나 축제 간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처음 시도한 것도 SIDance였다. 언론인 출신 무용평론가 이종호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이 꾸려가다 보니 예산이 큰 편은 아니지만 공연 내용과 수준, 국내외 인지도 면에서는 아시아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18회째인 올해는 현대무용 주류인 서유럽에서 벗어나 북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숨은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다른 축제에 비해 합작공연 비율이 높아 올해는 32개국, 54개 단체, 43개 작품을 선보인다. SIDance가 한국 무용가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부터 벌여온 플랫폼 프로그램 ‘후즈 넥스트’는 스페인, 홍콩, 일본, 네덜란드 등 해외 무용단도 참여하는 국제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집시의 고향’ 스페인에서 온 국립 안달루시아 플라멩코 발레단의 ‘이미지들’을 비롯해 서유럽과 동유럽의 경계선에서 독특한 색채의 춤을 보여주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무용단의 ‘Z를 위한 레퀴엠’, 포르투갈 현대무용계를 이끄는 올가 호리즈 무용단의 ‘애완동물’도 무대에 오른다. 또 팔레스타인 안무가 사마르 하다드 킹의 ‘야 사마르! 댄스 시어터’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빈센트 만쭈이 무용단’은 각각 조국이 처한 현실을 춤으로 풀어낸다.
국제합작 프로그램 ‘아시아&아프리카 댄스 익스체인지’와 아시아 무용단 창단기념 공동프로젝트인 ‘아시아 슈퍼포지션 쇼케이스’도 주목할만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깊어가는 가을 길목 ‘공연이 부른다’… 10월 열리는 대형축제 두 마당
입력 2015-09-14 00:08 수정 2015-09-14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