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개혁 급해도 노사정위 교섭과정 존중돼야

입력 2015-09-12 00:49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와 정부 움직임이 엇박자를 내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시한으로 정한 10일 밤늦게까지 진행된 노사정 4인 대표자회의에서 합의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정부합동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주 초부터 노동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김대환 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10일을 시한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주 말 대표자회의에서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주부터 노동시장 개혁은 투 트랙으로 진행될 판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 브리핑에서 “10일을 논의 시한처럼 얘기하는데 노사정위 내부에서 시한이 거론된 적이 없다”면서 “지금은 자극과 압박보다 호소와 설득이 필요한 마지막 단계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대통령직속 장관급 기구로서 그간 노사정 대화를 주도해 왔다. 노동시장 개혁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경제부처 장관들은 진행 중인 개혁 당사자들의 교섭 과정을 무엇보다 존중해야 할 것이다. 예산안이 이미 상정됐고, 입법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12월 국회까지 노사정 합의를 반영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 관련 입법을 그간 노사정 논의를 토대로 추진한다고 하지만 제시된 5가지 입법과제 중에는 기간제 사용기간 2년 연장, 파견업종 확대 등 논란이 많은 미합의 의제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노총뿐 아니라 전체 노동계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노사정 대타협은 많은 의제들을 포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의사항들을 힘차게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동시장 개혁이 노동계를 배제하고 추진된다면 지금까지의 합의사항과 앞으로의 입법조치들마저도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