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지난 7월 이후 석 달째다. 수출 부진 등 경기 회복세가 약하고 중국 금융 불안과 같은 대외악재가 산적해 있지만 다음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1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중국의 금융·외환시장 불안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로 주가·금리·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 변동성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은이 현 시점에서 ‘금융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오는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FOMC에서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하면 금융시장은 또다시 출렁거릴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미국과의 금리 차(내외금리차)가 줄어들어 외국인자금 유출 속도가 더 빨라지는 부담이 크다. 지난달 기준 은행권 잔액만 609조6000억원에 달하는 등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 쪽에 무게를 실었다. 또 올해 들어 지난 3월과 6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낮춘 만큼 경기진작 효과를 좀 더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문제는 남은 4분기다. 부진한 경기 탓에 당장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2.8%)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예상되는 신흥국발 위기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걱정거리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미국 금리인상 충격이 제한적이고 차별화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 금리인상이 중국 경기둔화나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신흥국 위기 등 다른 리스크와 맞물리면 우리 경제에 충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3개월 연속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경기판단은 지난달에 비해 약화됐다”며 “부진한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금리인하 실현 여부는 자금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한은, 기준금리 동결… 금융 안정에 무게
입력 2015-09-12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