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꼴불견 국감 언제까지 참고 봐야 하나

입력 2015-09-12 00:49
뚜껑이 열리니 ‘역시나’다. 10일부터 시작된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장 곳곳에서 볼썽사나운 구태들이 속출하고 있다. 의원들의 호통 치기와 윽박지르기는 예사이고 피감기관장의 불성실한 답변에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파행, 본질을 벗어난 지루한 여야의 정치공세 등 국민들이 익히 보고 들었던 꼴불견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708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22일간 진행되는 국감 기간 내내 이런 추한 광경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선다. 여야는 감사에 들어가면서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공공 노동 교육 금융 4대 개혁에 매진해 국민의 아픔을 달래주는 민본국감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즉생의 각오로 안정민생, 경제회생, 노사상생, 민족공생의 4생(生)국감을 하겠다고 큰소리 쳤었다.

국정감사는 국민을 대신해 한 해 동안의 나라살림과 정책 집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피는 국회의 중요한 권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야당에게는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그래서 야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상시국감 도입을 부르짖는 것 아닌가. 하지만 행정부 감시라는 본연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오롯이 내년 20대 총선을 의식한 여야 싸움터로 변질된 어제, 그제 상황을 보고 있으면 이런 국감을 꼭 해야 하는 건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십보백보이나 야당의 책임이 크다. 새정치연합은 국감은 뒷전이고 혁신안과 문재인 대표 거취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모든 당력을 국감에 쏟아부어야할 중요한 시기에 당내 문제로 국감을 소홀히 한다면 본말이 바뀐 것으로 ‘선사후공(先私後公)’의 전형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새정치연합 당내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4생, 새정치연합이 민심은 제대로 읽었다. 그러나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니 국감무용론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