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변호사의 성경과 법] 장자와 유언장

입력 2015-09-12 00:53

삶은 매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은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익에는 단기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이익이 있는데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형제들 간에 나누어야 할 이익이 매우 적은 경우에 형제간의 우의를 더욱 중요시 했다. 가난한 시절에는 당장 취해야 할 단기적인 이익이 너무나 작았기에 형제간의 우의를 더 무겁게 생각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나누어야 할 이익이 커지면 커질수록 형제간이라도 이익에 집착하게 되고 형제간의 우의가 커다란 이익 앞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보게 된다.

이제는 부모들도 상속재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후에 자식들 상속재산분쟁이 일어날 것을 더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식간 상속분쟁은 창세기(창 28:6∼9)부터 있어 왔다. 이삭의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서는 장자의 축복을 가지고 서로 다툰다. 형 에서가 이삭의 장자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사실임에도 동생 야곱이 아버지의 눈이 흐린 것을 이용해 장자의 축복을 가로 챈다. 이후 형제 다툼은 시작되는데, 현대는 장자의 축복대신 재산을 가지고 다툰다. 상속재산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음모와 이간질은 상속 재산의 크기에 비례해 매우 치열해지기도 한다.

요즈음 자식간의 상속분쟁을 미리 막고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가 늘었다. 유언으로 상속재산을 미리 분배해 놓으면 자식들 간의 상속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언장을 미리 지혜롭게 작성하지 않으면 또 다른 상속재산분쟁이 일어난다. 어떤 사람은 자식이 없어서 자신의 100억원대 재산을 사후에 대학교에 기증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러나 그의 형제들이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자신들이 상속자라고 주장하며 대학교를 상대로 상속재산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언장이 그 재산가에 의해 작성된 것을 확인했음에도 법적으로 유언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도 유언자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그의 형제들에게 상속재산의 일부를 대학교에 기증할 것을 제안했으나, 형제들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유언자의 유지대로 100억원대의 재산은 대학교에 기증되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그의 형제들에게로 돌아갔다. 만일 유언장의 내용대로 100억원대의 재산이 대학교에 기증되었다면 많은 대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고, 상속재산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초석이 되었을 것이다. 위 유언자의 유언장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유언장에 유언자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법 1066조에 의하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유언자가 장자를 위해 유언장을 작성했더라도 그 후에 다른 자식이 유언장을 작성하면 먼저 작성된 유언장은 휴지조각이 된다. 유언장에 연월일을 기재하고 있는 바, 가장 늦게 작성된 유언장 만이 유언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된다.

유언장 작성이 자식들에게 알려지면 새로운 유언장 작성을 위한 음모가 시작될 수도 있다. 자식간의 상속재산 다툼이 첨예해 진 요즈음에는 유언장 작성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신중함과 지혜로움이 더 필요하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재산을 독차지 하려고 하면 근심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재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