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혁 2대 쟁점 ‘노사정 조정안’ 세부 문구 이견… 노사정 대타협 진통 거듭

입력 2015-09-11 03:22
10일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왼쪽부터 시계방향)이 4인 대표자회의를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10일에도 최종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사정 4인 대표자는 밤늦게까지 가진 회동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2대 쟁점에 대해 ‘노사정 조정안’을 조율했지만 세부 문구 등 내용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이날을 ‘노사정 대타협 시한’이라며 압박해왔지만,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노사정 간 협상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오히려 노사정 협상이 진행되는데 협상장 밖에서 ‘정부안 강행’ 가능성 등을 언급해온 행태가 노사정 대화를 방해한다는 비판론도 높아지고 있다.

◇일반해고·취업규칙, 논의 불가→문구 조정 진전=김대환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사정 4인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2대 쟁점 조율에 들어갔다.

노사정 대화는 한국노총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일반해고 요건 마련 등에 대해 절충점을 찾자는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대화에 물꼬가 트였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도 이날 오후 협상 중간 브리핑에서 “그간 대화에 진통과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현재 주목할 만한 진전을 봤다”면서 “두 개 쟁점에 대해 논의를 통해 합의문안을 조정, 작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아니지만 노동계가 반대해 온 ‘기간제 4년(2+2) 연장’ 등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서도 중장기 과제로 논의해간다는 쪽으로 의견이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 대한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넓다. 노동계는 두 사안 모두 최대한 중장기 과제로 돌려 충분히 논의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현행 판례 등을 바탕으로 기업 현장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정 기준을 어떤 식으로든 제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정 협상장 열어놓고, 더 컸던 장외(협상장 밖) 목소리=그러나 노사정 대화가 진행된 이날도 여당 등에서 노사정 대타협 불발 시 노동시장 개혁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한다는 등의 압박 발언이 계속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말 노사정 대화 재개 이후 누차 ‘10일 시한’을 강조해왔다. 그는 노사정 대표자 회동이 진행된 9일에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10일까지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노동계를 압박했다. 기재부가 쥐고 있는 예산안을 무기삼아 노동계를 상대로 사실상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정부·여당의 태도가 협상을 망치고 있다는 불만이 증폭돼왔다. 협상을 지원하고 중재해야 할 정부의 역할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높았다. 김 위원장이 이날 기자 브리핑을 자청해 최 부총리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최 부총리는 지난해 노사정 대화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정규직 과보호 논란으로 협상 시작도 하기 전, 개혁의 방향이 흐려졌었다”고 말했다.

◇14일 당정협의 전후 고비될 듯=정부·여당이 요구했던 ‘10일 시한’은 지났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당정협의가 오는 14일 예정돼 있어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정부도 노사정 합의 없이 일방적인 개혁안을 추진해봐야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든 만큼 ‘무리’할 가능성은 낮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 노동계도 아무 결실 없이 대화를 깨긴 쉽지 않다. 노사정위 안팎에서는 14일을 넘겨서라도 대타협 추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김 위원장은 “(14일 당정협의 등은) 여당의 사정이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우리 스케줄대로 간다”면서 “쓰러질 때까지 대타협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