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 최고 사퇴 시사… 野 지도부 와해 위기

입력 2015-09-11 03:3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김지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에 비주류가 전면 반발하면서 당내 친노(친노무현) 진영 대 비주류 진영 간 갈등이 ‘계파 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에 속하는 오영식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당 지도부마저 와해 위기에 처했다. 비주류 진영이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문 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하자 친노 진영은 “잿밥에만 관심 있는 극소수의 의견일 뿐”이라며 맞섰다.

오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표가 거취 문제를 상의조차 하지 않는데 최고위원 자리를 유지해야 할지 회의가 든다”며 “당 혁신과 통합을 위해 결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지속될 경우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 대한 원론적 얘기를 한 것이지 사퇴를 (최종) 결심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오 최고위원은 4·29재보선 패배 후 문 대표의 ‘나 홀로 광주 방문’과 지난 5월 ‘미발표 입장문’ 사태를 거치며 문 대표 체제에 회의적 시각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진정성 있고 효과적인 재신임 방법은 조기 전대를 통해 당원의 뜻을 묻는 방식”이라고 했다.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도 국회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문 대표 재신임 투표와 차기 지도부 선출을 동시에 진행하는 조기 전대를 추진키로 했다. 문 대표가 언급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 결정 방법’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50%이기 때문에 ‘재신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비주류 측 생각이다.

공동대표를 지냈던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 비주류 대표주자들도 적극 가세했다. 안 의원은 “지금은 문 대표의 미래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걱정할 때”라며 “국감 이후에 정리된 생각을 밝히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일제 강점기 소설가 이상의 글귀를 인용하며 문 대표를 비판했다. 전날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했던 박지원 의원도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국정감사를 성공시켜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결과적으로 청와대를 도와주는 이번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대 개최를 요구했다.

하지만 비주류 진영 내에서도 해법은 갈렸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대표가 지도부와 아무런 상의 없이 거취 문제를 거론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면서도 “조기 전대 개최 요구는 너무 잔인하다”고 했다. 이어 안심번호를 이용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반면 친노 진영은 조기 전대 요구를 ‘극소수의 의견’이라며 일축했다. 문 대표 최측근인 노영민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단계에서 전대를 요구하는 것은 일단 대표를 흠집 내고 보자는 발상”이라며 “잿밥에만 관심 있는 당내 극소수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문 대표 본인도 “(조기 전대는) 당을 정말로 아끼는 방안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 지도부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조기 전대는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총선 패배를 부르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