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10일 교육부 국정감사는 ‘역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에게 따져 물었다. 황 부총리는 야당 의원의 거듭된 압박에도 “미리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방침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하나의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며 국정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여야는 시작부터 격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황 부총리의 모두발언 도중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해 “국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국정화 계획에 대한 장관의 분명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김태년 의원은 “(국정화 시도는) 국민의 역사인식, 국민의 사고를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이것조차 해결하지 못하면 국감은 의미 없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차라리 밥 먹고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곳곳에서 정회 요구가 쏟아졌다.
교육부 업무보고와 본 질의는 오후에야 이뤄졌다. 교육부는 국감장에서 공개한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추진 현황 보고’ 자료를 통해 ‘검정체제 강화’와 ‘국정 전환’의 두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검정체제 유지안에 대해선 “교육과정의 다양한 해석과 구현이 가능하고 창의적 교과서 개발 및 단위학교의 선택권이 보장된 검정제도가 바람직하다”, 국정 전환 방안에 대해선 “국민 통합과 균형 있는 역사인식 함양을 위해 국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각각의 장점을 설명했다.
황 부총리는 “역사라는 것은 사실과 평가가 따르는데 사실에 대한 일치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본 장관의 일관된 소신”이라며 “이 상태로는 힘들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입장이고, 하나의 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으로 교과서 국정화를 지시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교육부 김재춘 차관이 영남대 교수 시절인 2009년 논문에서 ‘국정 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도인데 반해 검인정은 이른바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도’라고 쓴 것을 문제 삼았다. 설 의원은 “학자적 양심에서 쓴 이 내용이 맞는지, 지금 추진하려는 국정화 방안이 옳은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화를 요구했다. 강은희 의원은 검정 교과서들에 각각 다른 내용이 있어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며 국정화를 주장했다. 예컨대 현재 고교 한국사 교과서들은 한반도 구석기시대의 시작 시기를 ‘기원전 100만년 전’부터 ‘기원전 30만년 전’까지 다양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구석기시대 시작 시기가 다른 건) 학자들의 학설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하나로 가르치려고 학자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합의하라고 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이달 하순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고 다음 달에 교과용도서 구분고시를 한 뒤 교과서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2015 국정감사-교육부] 정회… 속개… 한국사 국정화 논란에 ‘역사 전쟁터’
입력 2015-09-11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