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에서 친노(친노무현)계의 수장인 이해찬(사진) 의원을 향해 ‘백의종군’ 요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같은 친노계인 최인호 혁신위원이 10일 이 의원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비주류에선 “친노쪽이 아니라 비주류 중진들을 겨냥한 총선 물갈이 사전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위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자청해 “총리님(노무현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 의원을 지칭)의 ‘한 석’보다 우리 당의 ‘열 석’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게 제일 큰 어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것이다. 최 혁신위원은 “억울하겠지만 총리님은 친노 수장으로 국민들이 알고 있다”며 “친노니 비노(비노무현)니 하는 계파싸움을 끝낼 수 있는 첫 출발은 총리님의 결단”이라고 했다. 최 혁신위원은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2012년 민주통합당 당 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는 “혁신위는 그동안 제도 문제뿐만 아니라 제도 밖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며 “백의종군론, 결초보은론, 선당후사를 주장해 왔다”고 했다. 그는 다른 의원에게도 추가적으로 불출마를 요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제가 소중한 첫 출발”이라며 “확산되길 바란다”고 답해 당내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최 혁신위원은 ‘이해찬 불출마 요구’가 혁신위 차원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외교부 국정감사 이후 “백의종군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민일보 기자의 질문에 “나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말을 잘랐다.
당내에서는 최 위원의 발언이 결국 비주류 물갈이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해찬 불출마론’을 마중물 삼아 비주류 중진의 용퇴를 촉구한다는 해석이다.
수도권의 비주류 재선 의원은 “비노 측에서는 또 그런 것을 통해서 ‘사전정지작업’을 하지 않는가 의심할 수 있다”며 “문 대표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친노들이 먼저 자기 자리를 내놓는 살신성인을 할 테니 진정성을 알아주고 동시에 비노 측에서도 그에 응당한 각오를 해라 그런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며 전략적인 발언이라고 평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친노 수장’ 이해찬 ‘백의종군론’ 파장
입력 2015-09-11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