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을 둘러싼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재신임에 실패할 경우 대표직은 물론 정치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문 대표는 정치경력이 그리 길지 않지만 고비마다 이 같은 ‘승부수’를 걸어왔고, 정면 승부가 통하면서 제1야당의 대표에 올랐다. 꼬인 정국을 일거에 타개할 수 있는 반면 지나치게 ‘대결의 정치’를 야기하는 ‘벼랑 끝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표는 2013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정국에서 단호함을 보여줬다.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는지를 두고 야당이 코너에 몰리자 “대화록과 녹취록 원본을 다 공개하자”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는 같은 당 의원 가운데 맨 먼저 단식투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당시 당내에서조차 “탈출구를 두지 않는 자충수”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단식 기간 수십명의 동료 의원이 농성장을 찾아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내 지지 세력을 ‘한 방’에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자연스럽게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넓어졌다.
‘승부수 정치’가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대세론’에 밀려 당선권에서 멀어지자 여론조사 1위였던 정몽준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해 판세를 역전시켰다.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검사와의 대화’를 갖고 검찰개혁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집권 중반기엔 ‘대연정’, 하반기엔 ‘개헌 제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런 방식의 정치가 효과를 거두면 복잡한 정국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다. 지지 세력도 결집된다. 하지만 당내 불화를 본질적으로 해소하기는 힘든 방식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칙을 강조하는 문 대표의 방식이 독단으로 읽힐 수 있을뿐더러 당내 논의의 폭을 좁힌다는 뜻이다. 대화보다는 행동이 앞서게 되고 소수의견은 묵살될 수 있다. 차후 야당의 정치적 지형이 찬성파와 반대파가 맞서는 대결 구도로 짜여질 개연성이 높다. 승부수가 통하더라도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탄탄해지겠지만 당에는 큰 상처가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승부수가 실패할 경우 결과는 고스란히 당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NLL 대화록’ 발언은 검찰 수사로 이어져 ‘사초(史草) 폐기’ 사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귀결됐다. 여론의 역풍이 거셌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 재신임 정국은 모 아니면 도 상황이다. 내 원칙을 무조건 믿어 달라는 얘기 아니냐”면서 “대화와 토론이 우선되는 세련된 정치적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文의 ‘승부수 정치’를 보는 시각… 혼란, 한번에 끝내기 ‘긍정적’-대화·타협 배제한 독단 ‘부정적’
입력 2015-09-11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