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대학을 졸업한 최모(25)씨는 2010년 ‘든든학자금’ 대출(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 607만원, 생활비 50만원을 빌려 썼다. 하지만 지금까지 취업이 안 돼 대출을 전혀 갚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해 졸업한 김모(23·여)씨도 2011년 이 대출로 등록금 457만원, 생활비 200만원을 빌렸지만 겨우 180만원을 상환했을 뿐이다.
반면, 같은 시대를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보내는 청년도 많다. 지난 한 해 동안 6000여명의 20대 청년이 부모로부터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사회 진출을 앞둔 ‘1825세대’(18∼25세)의 경제적 불균형이 점점 더 심화되면서 한국사회 전체에 ‘양극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청년들의 신조어가 된 ‘금수저·흙수저’ 논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은 한국장학재단·국세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2014년 총 222만명이 모두 6조8600억여원의 든든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대출자의 95%가 1825세대다. 연도별로는 2010년 23만명 수준이던 대출 인원이 지난해 배 이상(58만여명) 늘었고, 대출 금액도 2010년 8400억여원에서 지난해 배 가까이(1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인원과 대출 잔액 역시 급증했다. 2010년 미상환자가 16만9087명, 대출 잔액은 8006억원이었으나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91만명, 5조8588억원으로 늘었다. 1인당 643만원의 빚을 진 셈이다. 든든학자금은 취업 후 기준 소득(2015년 기준 연소득 1856만원)이 발생한 뒤부터 상환한다. 결국 91만여명은 취업을 못 했거나 기준 소득조차 받지 못하는 ‘나쁜’ 일자리를 얻은 셈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8학기 동안 7100만원을 빌려 쓰고도 경제적 궁핍 때문에 전혀 갚지 못한 사례도 있다.
이들과 달리 같은 기간 3만1400여명의 1825세대가 4조1600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6100여명이 토지, 건물, 유가증권, 금융자산 등 총 7843억원을 증여받았다. 이후 매년 6000∼7000명이 7000억∼8000억원의 재산을 증여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증여 재산이 9685억원에 달해 ‘1조원 증여’를 눈앞에 뒀다.
박 의원은 “취업 전부터 청년세대의 양극화가 이처럼 고착화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며 “좋은 일자리, 공정한 과세 등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단독] ‘금수저’ 3만명, 4조 증여 받고 ‘흙수저’ 222만, 6조 대출 받고… 18∼25세 청년들의 두 모습
입력 2015-09-1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