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해도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브릭스(BRICS·2000년대 들어 고속 성장하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을 가리키는 신조어) 중에서도 선봉으로 꼽히던 브라질 경제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경제 부진뿐 아니라 집권당의 부패, 정치 불안, 재정 위기까지 겹쳤다. 재선 뒤 1년도 안 된 진보 성향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출구’를 잃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0일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했다. 브라질을 사실상 ‘투자부적격 국가’로 분류한 것이다. 게다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내비쳤다.
S&P는 재정 악화와 정치권 혼란, 예상보다 나쁜 세계 경제 상황 등을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들었다. S&P는 “브라질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2.5%, 내년 -0.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경제 부진의 첫째 이유로는 저유가와 원자재값 추락, 중국 경제의 감속 등 대외 요인이 꼽힌다. 브라질의 주 수입원인 철강석 등의 가격이 급락해 직격탄을 맞은 데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 둔화까지 더해졌다.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으로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업률은 8.3%에 달하고 물가상승률은 10%에 육박해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좌파계의 대부’로 불리는 전임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때부터 늘기 시작한 사회복지예산 지출은 재정 위기로 번지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63%다. 2017년에는 68.8%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호세프 대통령도 독립기념일인 7일 “과거 정책을 재평가해 줄여야 할 것은 과감하게 줄일 것”이라며 “사회복지 등에 대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긴축정책을 쓰고,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해 내년 예산안을 긴축 기조로 편성하려던 경제장관의 계획은 정권 내부 알력으로 305억 헤알(약 9조9000억원) 규모의 적자 예산안으로 꾸려졌다.
정·재·관계 인사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힌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추문은 정권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집권당인 노동자당 소속 100여명이 기소됐고, 페트로브라스는 뇌물 액수가 20억 달러(약 2조3800억원)에 이른다고 인정했다.
더욱이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03∼2010년 페트로브라스 이사회 의장을 역임해 의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8%까지 떨어졌고, 연립정권 내 입지도 흔들리면서 호세프 대통령 정부가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글로벌 성장엔진서 ‘정크’ 국가로… 브라질의 추락
입력 2015-09-11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