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0일 시작됐다. 하지만 국감에 거는 기대는 높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맹탕 국감’ ‘김빠진 국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부실 국감 전망의 배경에는 야당의 내홍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 실정에 대한 결정적 폭로로 수많은 야당 의원을 ‘국감 스타’로 떠오르게 했던 예년에 비해 이번 국감에선 ‘야당 판’이 될 수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라는 초강수에 비주류가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맞불을 놓으며 당 내홍이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 원내 지도부가 ‘재벌개혁’ 같은 대여(對與) 공격 소재를 주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거기다 국감 직전 대형 외교·안보 이슈가 터져 야당이 정교하지 못한 정부 비판에 나설 경우 되레 역풍을 맞을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현재 야당은 깊어진 내분으로 그 문제만 신경쓰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이어 “북한과의 관계 등 정부가 대응할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야권이 국감에서 정교하지 못하게 정부를 몰아붙이면 오히려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감 준비 기간이 짧았던 데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국감이 1차, 2차로 분리된 점 역시 부실 국감 우려를 키운다.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국감 일정이 확정된 게 불과 20여일 전이라 폭발력이 큰 이슈를 집요하게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추석 전에 치러지는 국감은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며 “왜 지도부가 새누리당이 주장한 분리 국감을 수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7개월여 앞두고 국감이 실시되는 만큼 의원들도 국감을 서둘러 해치우고 총선에 매달리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 국감에서도 지역 민원성 질의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올해 국감은 정책 국감보다는 여야 지도부가 국감장 바깥에서 ‘공중전’을 지휘하는 형태의 정쟁 국감, 정치 국감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총선을 겨냥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여야 지도부가 포털 사이트 뉴스 공정성 문제와 노동개혁-재벌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 진영논리 성격이 강한 이슈에만 매달리면서 첨예한 대치전선만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기획] 시작부터 ‘김빠지는 국감’
입력 2015-09-11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