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진입은 현실, 다양성·포용성 가질 때”… 전국 다문화가족 네트워크대회

입력 2015-09-11 02:26
우즈베키스탄 전통 의상을 입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전국 다문화가족 네트워크대회’에 참석해 각국의 전통문화·음식 등을 소개하는 홍보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대한국민 도티 빛 융, 단디(‘단단히’의 사투리) 살겠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 무대에 선 베트남 이주여성 도티 빛 융씨가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이렇게 말했다. 2003년 10월,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경북 구미 동국방직에 입사한 그는 “요리도 빨래도 다 내가 하겠다”는 남편의 프러포즈에 넘어가 올해로 13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다.

아홉 살 아들을 둔 영락없는 ‘구미 아지매’ 빛 융씨는 이날 다문화가족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구미의 한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기도 한 그는 현재 이주여성을 위한 전문 보험설계사, 한-베트남 통번역사로 활동하며 주말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변신하고 있다.

빛 융씨는 “태어난 나라와 언어, 문화가 다르고 서투르지만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사람”이라며 “똑같은 국민으로 생각하고 믿고 맡겨 달라. 이 나라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제9회 ‘전국 다문화가족 네트워크대회’에는 400여명 다문화가족과 다문화지원센터 종사자, 학계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들이 참여해 축제를 즐겼다.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관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비올리스트로 활약 중인 러시아 출신 안톤 강씨도 참석했다. 그는 “10년 전 한국에 올 때는 두려웠지만 한국인은 러시아인들보다 훨씬 따뜻하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가족처럼 생각해줘서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라며 웃었다.

행사에선 다문화가정 아이들로 구성된 아름드리합창단, 결혼이민자 난타 동아리 등의 공연이 펼쳐졌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공감 퀴즈쇼, 참여형 연극 등도 진행됐다. 행사장 입구에는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10여개국 인사말과 음식, 전통의상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됐다.

오전에는 우리보다 먼저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미국 영국 홍콩의 전문가들과 국내 학자들이 모여 ‘한국 다문화 정책 10년 평가 및 전망’을 주제로 국제 학술포럼을 열었다. 정부가 다문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전문가들은 각국 사례를 들며 “성공적인 다문화 국가로 가기 위해선 반(反)다문화 움직임에 대처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윙온 리 홍콩 오픈대 교수는 “다문화 사회 진입은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어느 때보다 국가 간 이주가 많은 시대에 다양성 유연성 포용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준 김(한국명 김준겸)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한국도 출신 문화 간 계층이 나뉘고 노동시장에서 차별이 생겨나며 ‘문화적 인종차별’이 일어나는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중언어 교육, 적극적인 우대조치, 기회 평등을 위한 보호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족·문화적 배경에 따른 차별이나 혐오에 대처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다문화가족을 지원 대상이 아닌 동등한 사회적 동료로 인정하는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