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름 극심한 전력난으로 국민들은 에어컨도 제대로 못 켜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야 했다. 그해 5월부터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가동을 멈췄다.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횡행했다. 계속되는 원전 비리가 터지면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까지 구속되고, '원전 마피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국민들의 원성은 커지고 직원들은 패잔병처럼 위축돼 조직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당시 '누가 앉아도 욕먹게 돼 있다'는 한수원 수장 자리를 조석 사장은 극구 사양하다 결국 받아들였다. 조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조직을 완전히 재건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직 내부는 물론 국민의 인식 변화를 위해선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했다. 우선 현장을 발로 뛰며 내부 기강을 바로잡았다. 아울러 직원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이 국가와 사회, 가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확신을 갖도록 했다. 특히 국민을 위해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전사'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취임 2년을 눈앞에 둔 조 사장을 8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 이후 조직이 상당히 안정됐고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 그동안 성과와 향후 업무추진 계획은.
“취임 직후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멈춘 원전 3기를 재가동하는 일이었다. 취임 즉시 ‘원전 가동 정상화 전담팀’을 구성했고, 그 결과 원전 3기를 7개월여 만에 안전성을 확인받아 재가동할 수 있었다. 요즘엔 본격적인 경주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2016년 시무식은 경주에서 한다는 목표로 현재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일원에 신사옥을 건설 중이다.
신고리 3호기 운영 허가 취득과 상업운전, 그리고 신한울 1, 2호기 건설 등도 원활히 진행되도록 전 직원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며 원전 24기 시대를 열었다. 이는 원전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기수 기준으로 프랑스 EDF와 러시아 로사톰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한수원은 현재 글로벌 수준의 원전 안전과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최우수 원전 회사를 벤치마킹한 이른바 ‘통합경영 관리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한수원은 앞으로 책임경영체제를 토대로 통합경영 관리모델을 적용, 경영체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세계 최고의 발전회사 시대를 준비해나갈 것이다.
조직 활성화 방안으로는 새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싶은 게 ‘위기 극복을 넘어 인재 양성으로’다. 국가적으로도 소중한 자산인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기술적 역량과 함께 애사심, 국가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정예 요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일부 국민 사이에서는 여전히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과 국민들이 원전을 수용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획은 뭔가.
“원전 사업은 안전성 보장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 지역주민과 국민의 공감 역시 원전 사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한수원은 ‘안전한 원전 운영’을 최우선으로 원전 운영 정보를 실시간 투명하게 공개하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계속 노력하겠다.
특히 발전소 현장에서는 주변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한수원 지역본부와 지자체, 지역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별 원전운영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과 대외 소통 강화를 위한 정책 자문기구인 ‘원전안전·소통위원회’를 내일 공식 출범시킨다. 위원회는 원전 안전 및 소통을 위한 자문, 정책 제안, 갈등 조정과 예방을 위한 통합 소통기구로 나와 외부 교수님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게 된다. 위원들은 내부 경영진과 함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어 원전의 투명 경영과 정보 공개 등 대국민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한빛원전이 지난달 멈췄는데, 우리나라 원전 너무 자주 멈추는 것 아닌가.
“올해 원전이 고장으로 안전정지한 것은 세 번이다. 2014년에는 국내 가동 원전 23기에서 모두 5건의 원자로 정지가 발생해 호기당 약 0.2건을 기록했다. 이는 원전 선진국이라고 하는 프랑스(2.6건)와 미국(0.8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원전 안전성과 전기품질 확보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운영관리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올 들어서는 9월 현재 호기당 0.13건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발전소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며, 안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려야 한다. 원전을 자동차와 비교해보자. 자동차의 경우 타이어 펑크 신호가 오면 세워서 사고를 예방한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상신호가 오면 자동으로 멈추도록 돼 있는 게 다를 뿐이다. 미세한 문제가 생겨도 원자로가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정지하지 않고 계속 운전하는 게 오히려 위험한 것이다. 국민들이 볼 때는 ‘어, 원전이 또 멈췄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주로 중소기업인 협력사와의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원전 건설 현장 및 기자재 제작 분야에 400여개 협력회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의 고충과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상생협력과 소통을 위한 ‘상생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협력회사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상호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높여 시공품질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7개월간 계속됐던 국민일보 원전 기획 시리즈에 대한 감상평은.
“국민들이 어렵게 느꼈을 원자력과 에너지산업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전달해줘서 감사드린다. 또 원전 운영사 입장에서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앞으로 원전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외국 현지 취재로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것이 인상 깊었다. 외국 사례의 장단점을 잘 활용할 생각이다.” 오종석 산업부장 jsoh@kmib.co.kr
조석 사장은 누구
조석(58)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013년 9월 26일 제7대 사장으로 부임한 뒤 한수원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직 및 사내 문화 혁신에 공을 들인 결과다
. 조 사장은 부임과 함께 ‘새로운 시작, 신뢰받는 한수원’이라는 경영 방침 슬로건을 제시했다. 안전한 원전, 깨끗한 기업, 창의적 혁신, 상생과 소통, 미래기반 구축 등 5개 경영 방침을 통해 한수원이 나아갈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최우선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우선 조직 및 인사 문화 혁신을 통해 구매 전문성과 인사 투명성을 강화했다. 외부 인재 영입도 확대했다. 또 현장 중심의 원전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대외적으로는 원전산업 생태계 전반의 자정능력 확대 및 상호 소통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썼다. 1981년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조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원전기획단장, 에너지정책기획관, 산업경제정책관, 성장동력실장, 제2차관 등을 역임한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그는 2004년 원전사업기획단장으로 재직할 때 특유의 추진력과 기획력으로 주목받았다. 19년간 해결되지 않고 있던 대형 국책사업인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위해 최초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했고, 그 결과 2006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전북 익산 출생인 조 사장은 전주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 경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데스크 직격 인터뷰-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투명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원전 불안감 없앨 것”
입력 2015-09-11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