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로 맞서 있던 6회초 1사 만루. 신시내티 레즈의 오른손 선발 케비어스 샘슨은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패스트볼로 승부를 걸었다. 1구부터 4구까지 모두 시속 150㎞대였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도 빠른 볼이었다. 이번엔 몸쪽이었다. 병살을 유도한 것이다. 샘슨은 두 가지 실수를 했다. 먼저 강정호가 만루 상황에서 2스트라이크에 몰려도 떨지 않는 ‘강심장’이란 사실을 간과했다. 또 ‘킹 강’이 만루 상황에서 강하다는 사실도 무시했다. 강정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몸쪽 패스트볼을 잡아 당겼다. 볼은 포물선을 그린 뒤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첫 만루홈런이 터진 것이다.
강정호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원정경기에 5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6회초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려 팀의 5대 4 승리를 이끌었다. 4타수 1안타(1홈런) 4타점으로 타율은 0.288에서 0.287로 조금 떨어졌다. 강정호의 만루홈런은 지난해 4월 22일 아이크 데이비스 이후 506일 만에 나온 피츠버그 타자의 만루홈런이었다. 15홈런 중 후반기에만 11홈런을 날린 강정호는 후반기 10홈런을 기록한 페드로 알바레스(총 22홈런)를 제치고 팀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강정호는 올 시즌 만루에서 7타수 3안타(타율 0.429) 10타점을 뽑아냈다. 안타 3개 중 2개가 장타(홈런 1개·2루타 1개)였고 볼넷과 삼진은 각각 1개였다. 만루 상황 출루율은 0.500, 장타율은 무려 1.000이다. 강정호는 한국 무대에서도 주자가 꽉차 있을 때 강했다. 2008년부터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2014년까지 만루에서 94타수 34안타(타율 0.362), 4홈런, 출루율 0.389, 장타율 0.596을 거뒀다. 이 기간 타율(0.300)과 출루율(0.385), 장타율(0.507)보다 기록이 더 좋았다.
메이저리그 첫 해 홈런을 15개 때리겠다고 했던 강정호는 벌써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동양인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 최다 홈런을 넘보고 있다. 이 부분 기록은 포수 조지마 겐지(39·일본)가 가지고 있는데, 그는 시애틀 매리너스 데뷔 시즌이던 2006년 홈런 18개를 터뜨렸다. 피츠버그가 24경기를 남긴 만큼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겐지를 넘어설 전망이다.
MLB닷컴은 경기 소식을 전하며 ‘더 강 쇼(The Kang Show)’라는 코너를 마련해 “스탯캐스트(실시간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왼쪽 담장을 넘어간 강정호의 만루홈런의 타구 속도를 시속 108마일(약 174㎞)로 측정했다”며 “강정호가 6회 만루홈런으로 피츠버그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인터뷰에서 “팀이 승리한 게 중요하다”며 “2스트라이크에서 나도 모르게 스윙했는데 배트 중심에 맞은 것 같다. 동점에서 달아나는 홈런을 쳐 더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강’하다 그랜드슬램… 강정호, 메이저리그 데뷔 첫 쾌거
입력 2015-09-11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