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거수기 노릇만 한다” 비판에 시행 탄력받나 했더니… 기관투자가 행동강령 9월 도입 물건너갔다

입력 2015-09-11 02:56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약속했고 롯데사태로 도입에 탄력을 받는 듯했던 ‘스튜어드십 코드’가 예정시한인 이달 내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책임 있는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강령으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다.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은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불투명한 기업의 지배구조가 도마에 오르면서 기관투자가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기업의 기배구조 체질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제시했다. 임종룡 위원장 역시 지난 4월 ‘자본시장 개혁을 위한 정책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3분기 중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입이 지연되면서 이달 중 시행은 물 건너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10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각종 해외 사례와 실효성 등을 꼼꼼히 살피다보니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며 “연내에는 도입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롯데 문제가 터지면서 왜 빨리 도입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늦었다고 보진 않는다”며 “어떻게 하면 이 제도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정부가 국민연금 등으로 기업을 간섭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 왔다.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는 기관투자가가 자율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선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신 적용하는 기관투자가 명단을 공개하고 정기적으로 이행보고서를 받아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김호준 실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법으로 강제되는 사항이 아닌 만큼 도입 이후 관련 협회 등보다는 금융위나 금감원 등에서 직접 챙겨야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