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뷔페 인기가 치솟으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한식뷔페의 성장은 차별화된 식문화를 도입해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 등에서는 “대기업이 중소 식당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식뷔페는 CJ푸드빌이 2013년 7월 경기도 판교의 대형 쇼핑몰 아브뉴프랑에 ‘계절밥상’을 만들며 시작됐다. 계절밥상은 기존 한식에서 벗어나 반찬을 일품요리로 바꾸고 인테리어도 고급화해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를 냈다. 성인 기준 1만∼2만원 가격으로 80∼100종의 한식을 즐길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꼴로 제철 먹거리도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식문화에 지갑을 열었다. 2013년 3개 매장으로 출발한 계절밥상은 현재 22개점으로 확장됐다. 한식뷔페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동반성장위원회 권고안에 따르면 한식뷔페는 역 출구로부터 100m 이내 출점, 연면적 2만㎡ 이상의 대형 건물에 출점 등 까다로운 규정을 지켜야 한다.
계절밥상의 성공을 지켜본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랜드그룹의 ‘자연별곡’, 신세계푸드의 ‘올반’ 등이 성장 중이다. 특히 자연별곡은 현재 일산 뉴코아아울렛, 강남 NC백화점 등 40여 점포를 운영하며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올반은 정통 한식을 표방하면서도 모던한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즐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인테리어로 차별화해 현재 10여 점포가 성업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지난 7월 한식뷔페 시장 확대를 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 자제는 물론, 확장 자제 및 사업축소 등의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식뷔페가 동네식당을 잠식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10일 “1만원 이하의 찌개백반과 3만원 이상의 고급 한정식으로 양분된 기존 한식 시장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 한식뷔페의 인기 요인”이라며 “한식뷔페가 중소 식당의 시장을 잠식해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 장악했던 외식시장이 한식뷔페로 이동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90년대부터 외식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온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은 메뉴와 서비스 등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2010년부터 하락세를 걷는 추세다. 아웃백과 TGI프라이데이스는 매장 수가 대폭 줄었고 토니로마스, 마르셰 등은 국내에서 철수했다. 외식업체 관계자는 “최근 식재료의 안전성, 품질까지 꼼꼼히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가 늘고 있어 한식뷔페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식문화 차별화 vs 골목밥집 잠식… 늘어나는 대기업 한식뷔페 논란
입력 2015-09-1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