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나 사고로 팔다리를 잃어버려도 그것을 여전히 감각할 수 있는 현상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몸의 일부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사라진 몸이 움직이는 것을 느낄 뿐 아니라 때로는 심한 통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며칠 안에 진정이 되지만 진통제를 먹어도 고통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잘려 나간 몸에 대한 애착, 그로 인한 스트레스나 정서장애 등이 통증을 심화시키는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다시는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거나 직접 만질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자기 몸의 한 부분, 심장의 한 조각이 잘려나갔다는 비유를 쓴다. 영혼의 일부를 잃어버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라진 팔다리가 한때 존재했음을 통증이 입증하듯이 한때 존재했으나 사라져버린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은 우리 몸에 생생한 통증으로 각인된다. 그래서 사람이 완전히 죽는 순간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모두에게 잊히는 순간이라고 하나 보다. 영혼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 장례식 같은 의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영혼이란 무엇인가?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영혼이라고 일컫는지 질문해본다. 영혼은 나를 나라고 느끼게 하는 일관되게 진실한 것, 마지막까지 돈, 명예, 권력 그 무엇들과도 바꿔서는 안 되는 것이고 만약 그렇게 하면 내가 사라져버리게 되는 무엇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혼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 나를 사랑했던 누군가에게 남아 있는 기억, 너와 나의 기억들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이며, 그것을 감지하고 지키는 능력일 수도 있다.
작년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우리 영혼의 일부도 침몰했다.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304명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몸의 일부가 잘려나간 고통에 시달리는 중이다. 우리의 영혼과 그들의 잘려나간 몸은 500일이 넘도록 차가운 물속에 잠겨 있다.
부희령(소설가)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영혼의 침몰
입력 2015-09-11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