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을 하며 정원을 돌아보노라니 언제까지나 피고지고 할 것만 같았던 핑크빛 목마가레트와 화려하던 여름 꽃들이 슬슬 지고 있는 추세다. 여름 내내 진보랏빛 잼과 케이크를 만들 수 있도록 열매를 내어주던 블루베리 나뭇잎은 성급하게 단풍이 들어 낙엽을 떨구고 있다. 얼굴에 와 닿는 산들바람에 “아 가을인가∼”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마음이 심란할 때면 가끔 우쿨렐레를 켜며 동요를 부르곤 한다. ‘섬 집 아기’ ‘과꽃’ ‘따오기’ 등 모든 곡을 다 좋아하지만 그중 즐겨 부르는 것은 단연 ‘나뭇잎 배’이다. 유년시절 처음으로 이 곡을 배웠던 날 밤, 이불 속에서 가만가만 불러보는데 어쩐 일인지 눈물이 흘러내렸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노랫말 때문인지, 두고 온 나뭇잎 배를 염려하는 아이의 마음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꾸만 눈물이 났었다. 한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나뭇잎 배’는 눈물나는 노래다.
언젠가 노인대학의 강사로 초청받아 간 일이 있다. 구불구불 인생의 힘겨운 계곡을 헤쳐나오셨을 어르신들에게 한참 손아래인 내가 대체 무슨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몇 곡의 동요를 골라 악보를 프린트해서 동요 부르기를 했다. 우쿨렐레 반주로 함께 동요를 부르는데 어르신들이 모두 다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끝나고 어르신들은 내게로 모여들어 손을 잡으시고는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동요를 부를 때면 마음을 맑은 물로 씻는 듯 정화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어르신들도 아마 같은 마음이셨나보다 했다. 다시 또 시작해 보라고 새로운 계절을 만들어주신 섬세하신 우리 주님의 사랑에 감사 드리고픈 초가을의 주말 아침이다.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나뭇잎 배
입력 2015-09-12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