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온 ‘왕차관’ 박영준(55)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곧 검찰에 소환된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포항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이병석(63) 의원의 지인 업체에도 특혜를 준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이르면 다음주 초 박 전 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9일 밝혔다. 포스코 회장이 정 전 회장으로 교체되는 과정에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소위 ‘이명박정부 실세’의 영향력이 행사됐는지 확인하려는 취지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광범위한 비리 의혹이 결국 자신을 비호해 준 정치권에 정치자금 지원 형식으로 보답하는 모종의 ‘빅딜’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준양 회장 만들기’ 정경유착?=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는 착수 5개월여 만에 정 전 회장 선임 과정의 정권실세 개입 의혹이라는 정경유착의 본류로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 체제에서 비자금 조성과 부실 인수, 특정업체 부당지원 등 여러 비리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 정 전 회장과 정치권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고 의심한다. 검찰로서는 정 전 회장 인선 과정에 불거졌던 ‘회장 만들기’ 의혹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검찰이 박 전 차관을 소환키로 한 것도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교체기인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이구택(69) 전 회장을 비롯해 윤석만(67) 전 사장,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 정 전 회장 등 포스코 핵심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한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3일에 이어 이날 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이 전 의원 등 지난 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유착 의혹을 강하게 추궁했다. 이 전 의원의 포항사무소장 출신이자 티엠테크 실소유주인 측근 박모(58)씨는 포스코켐텍을 상대로만 거래하며 얻은 수익 22억여원을 따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가 이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한 점 등에 비춰 이 수익이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를 가능케 한 티엠테크 특혜 수주는 사실상 포스코가 이 전 의원 측에 ‘보은’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영포게이트 효시’ 정체 드러나나=정 전 회장으로의 포스코 회장 교체를 둘러싼 잡음은 오래전 정치권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은 2009년 4월 예산결산위원회에서부터 박 전 차관(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천신일(72) 세중나모 회장이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박 전 차관과 천 회장이 당시 회장 후보군을 포함한 포스코 수뇌부를 만나거나 통화하며 “대통령의 뜻은 정준양” “회장이 결정됐으니 포기하라” 등의 통보를 했다는 게 골자다.
우 전 의원은 “영포(경북 영월·포항)게이트’의 효시는 뭐니 뭐니 해도 포스코”라고도 주장했다. 회장 선임 이후인 2월 5일 포스코에서 소위 ‘정준양 사람’이 아닌 상임이사들이 내쳐졌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박 전 차관은 이구택 전 회장을 제외하면 의혹에 거론된 포스코 인사들을 만나기는 했다고 국회에서 밝혔었다. 다만 상대방 측에서 먼저 만나기를 원했기에 이뤄진 만남이었고, 부적절한 인사 개입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이 있었다.
◇여당 중진 의원 측에도 특혜 의혹=검찰은 이날 포항에 있는 포스코의 청소용역업체 이앤씨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포항 현지에서 업체 대표 한모(63)씨도 조사했다. 한씨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 활동을 한 ‘MB연대’에서 이병석 의원과 함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이 의원과 고교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기존 외주업체가 담당하던 물량을 이앤씨 측에 부당하게 떼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 4선인 이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앤씨 자금이 이 의원에게 흘러들어갔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왜 이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단순 추측에 불과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경원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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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영준 내주 소환… 檢 ‘포스코-MB맨’ 유착 정조준
입력 2015-09-10 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