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직 걸겠다” 문재인 ‘재신임’ 승부수 왜… ‘당 흔들기’에 정면돌파, ‘사분오열’ 야권엔 러브콜

입력 2015-09-10 02:37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 세 번째)가 9일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표실 벽면에는 당 창당 60주년을 기념하는 ‘국민과 함께, 민주60’이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 왼쪽 아래 원안에는 눈물을 닦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가운데 위쪽 원안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오른쪽 원안에는 활짝 웃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이 실려 있다. 이에 정성호 당 민생본부장은 “이게 뭐예요”라고 지적했고,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누가 당 주인이야. 저런 사진을 넣어 놓고…김대중 전 대통령이 저 구석에 가 있고”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카드’ 승부수를 띄운 것은 4·29재보선 패배 이후 계속된 당 내부의 ‘지도부 흔들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자신의 리더십을 줄기차게 공격했던 비노(비노무현)계에 대한 역공이자, 친노(친노무현)계 지키기라는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난달부터 재신임 여부를 묻는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문도 전날 이미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16일 중앙위원회에서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통과를 위한 승부수가 아니라 당을 흔드는 ‘소수세력’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혁신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계파분쟁 상황이 비노계의 탈당 러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여겨진다.

문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직접 탈당·신당·분당을 언급하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금도를 넘었다” “심각한 해당행위”라며 강력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더 방치하면 당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를 목적으로 한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혁신이 실패하면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그러면 총선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대표의 절박한 상황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문 대표 진영에선 비노를 겨냥했다는 해석을 극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누군가를 지적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의 분열상을 극복하기 위해 대표의 거취를 걸고 전체 의지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문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을 SNS를 통해 반박하자는 일각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결단’에는 혁신안에 대한 비노 진영의 공세가 격화될 것이라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회견에서 “지금 상황으로 보면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해도 혁신이 미흡하다거나, 제가 물러나는 것이 혁신이라든지 하는 흔들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세균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야권 전체의 단결과 통합, 혁신의 대전환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결단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손학규 전 의원 등 당 안팎의 인사들이 포함된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그동안 특별한 갈등이 감지되지 않았던 정 의원이 문 대표를 압박한 셈이다. 당초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가지려 했던 정 의원은 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취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노계와 정 의원 간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의원 제안에 대해 “특별히 의논한 바 없지만 저도 100%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혁신안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 온 안철수 의원은 신당설 발원지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전격 회동했다. 안 의원은 천 의원에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천 의원은 안 의원에게 자신이 추진 중인 신당 합류를 요청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재 새정치연합 상황과 관련해 “이대로는 안 된다. 혁신위로 당을 살릴 가망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