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라는 중국 IT 기업이 있다. 2010년 창업했고 201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해 2분기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매율에서 삼성, 애플, 화웨이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저가폰’으로 유명하고 ‘짝퉁 애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선 보조배터리, 체중계, 이어폰 등 샤오미의 몇몇 제품들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 제품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라는 의미에서 ‘대륙의 실수’라고 부르고 있다.
레이쥔과 함께 샤오미를 공동 창업한 젊은 디자이너 리완창이 쓴 ‘참여감’은 샤오미의 사업 방식과 경영 철학에 대한 설명서로 샤오미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뒤집어 놓는다. 샤오미가 흉내내기와 저가 전략, 기발한 마케팅으로 성공했다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오해인지, ‘샤오미 방식’이라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인지 보여준다.
키워드는 ‘참여감’이다. 리완창은 “참여감은 샤오미 브랜드 이념의 영혼이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레이쥔은 서문에서 “샤오미의 발전 과정을 이끌어온 이념은 ‘사용자를 친구로’다”라고 설명했다. 참여감은 사용자(소비자)에게 제품과 회사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고객과 회사가 친구가 되는 것이고, 사용자와 함께 놀면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의 사용자들을 세뇌가 가능한 ‘백지’로 여기거나, ‘고객은 신’이라면서 무조건 떠받드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샤오미와 사용자들의 관계는 친구 사이다.”
리완창은 “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 참여감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용자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면 ‘현장에 개입’하고 싶어 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열정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샤오미가 다른 기업들과 가장 다른 점은 소비자들과의 관계에서 발견된다. 샤오미에서 제품을 개발하면 수십 만 명이 열정적으로 의견과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몇 분 만에 수백 만 명이 접속해 수억 건의 구매가 이뤄진다. 제품을 판매한 뒤에는 수천 만 명이 입소문을 전파하고, 업데이트에 참여한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을 거느린 기업들은 많지만 샤오미처럼 소비자들과 깊고 가깝게 교류하는 경우는 없었다. 샤오미는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매주 MIUI(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매주 업데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최초의 시도였다. 샤오미 직원들은 전자게시판에서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업무다. 사용자 경험 조사 같은 걸 분기별로 하는 게 아니라 매일 사용자들과 직접 교류한다. 전자게시판 가입자 수가 2000만명, 총 게시글이 2억 건을 넘어섰다. 샤오미 팬을 뜻하는 ‘미펀(米粉)’은 1000만명이 되고,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지역 모임은 500여개에 달한다.
이 모든 게 불과 5년 안에 이뤄졌다.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레이쥔이 한 유명한 말이다. 샤오미는 참여감이 이 시대의 태풍이라는 것을 발견했으며, 태풍의 길목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냈고, 결국 태풍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샤오미가 무엇보다 입소문을 중시했고, 그로부터 참여감이라는 솔루션을 발견했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리완창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은가 아닌가는 기업의 홍보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제 사용자들 사이에서 평가로 결정된다”며 “새로운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는 입소문 전파를 위해 소셜미디어 사용을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용자들에게 진정한 참여감을 제공하고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참여감이 우선이며 먼저 팬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 외에도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활로를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자극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올해 경영계의 화두가 될만한 주제를 담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판돼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참여감] 스마트폰 대신 참여감을 판다
입력 2015-09-11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