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앞에서 ‘인문학 진흥’은 꼬리를 내렸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학사구조 개편의 반대급부로 제시했던 인문학 강화사업의 내년 예산은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인문학계는 대학의 황폐화, 인문학 고사를 걱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 신규 도입하는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코어사업)’ 예산으로 344억원이 책정됐다고 8일 밝혔다. 당초 교육부가 신청한 예산은 1200억원이었다. 코어사업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사업)’이 인문학을 고사시킨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자 마련됐다. 프라임사업은 학과 통폐합, 학부·단과대 신설 등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정원 조정에 앞장서는 대학에 최대 3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각 대학이 이공계 강화에 무게를 싣게 돼 인문학이 위축되리란 우려를 낳았다. 교육부는 프라임사업 예산으로 3500억원을 신청했고, 2362억원이 편성됐다.
당초 교육부는 코어사업 예산으로 최소한 800억∼1000억원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존 인문학 진흥사업 예산 등을 끌어와 2000억원을 코어사업에 투입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인문학 관련 예산이 신규 편성된 선례가 없어 편성 자체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 수년간 추진할 사업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편성된 예산을 바탕으로 다음 달 인문학 진흥방안 세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감액으로 교육 현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중앙대 독문과 김누리 교수는 “이번 예산안에서 드러나듯 대학 교육을 취업에 직접 연계시키는 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 대학의 황폐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일자리에 밀려… ‘인문학 강화’ 예산 대폭 삭감
입력 2015-09-10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