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0∼2세 보육료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어린이집에 꼭 보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집에서 키우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무상보육 원칙을 무너뜨리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0∼2세 보육료 지원 예산은 2조8234억원으로 올해 2조9694억원에 비해 1460억원 줄어든다. 예산이 감소한 이유는 어린이집 0∼2세반에 하루 6시간이나 8시간만 아이를 맡기게 하는 ‘맞춤반’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하루 12시간 아이를 맡기는 ‘종일반’ 형태만 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10만∼20만원씩 제공하는 양육수당 예산을 올해보다 1174억원 더 책정했다. 지원 대상도 91만9000명에서 97만8000명으로 늘려 잡았다. 0∼2세는 집에서 키우도록 유도한다는 정책 방향이 예산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가정에서 양육하는 엄마를 위한 시간제 보육 예산도 75억원에서 120억원으로 59.3%나 늘었다.
복지부는 0∼2세 맞춤형 보육체계에 대한 구체적 안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제시될 정책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꼭 종일 맡겨야 하는 이유가 없는 엄마는 종일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면 무상보육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0∼2세의 경우 실제로는 오후 3∼4시까지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 반면 서비스는 종일제로 제공돼 비합리적 측면이 있다”면서 “대원칙인 무상보육을 건드리려는 게 아니라 현실과 제도 사이의 비합리성을 고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금연 지원 예산을 올해 1475억원에서 1315억원으로 줄인 점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담뱃값을 대폭 올려놓고 정작 금연을 돕는 일은 소홀히 한다는 비난이 일 수 있다. 정부는 또 매년 건강보험에 지원하는 예산의 국고 부담액을 3729억원 줄이고 대신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그만큼 부담하게 했다. 건강증진기금의 주 수입원은 담배부담금이다. 부족한 정부 세수를 인상된 담뱃값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특징은 감염병 예방·대응 예산이 크게 는 점이다. 올해 한 푼도 없던 항바이러스제 확보에 512억원이 투입된다. 또 국가 예방접종 대상 항목에 12세 이하 어린이의 자궁경부암이 포함됐다. 노인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 사업에는 올해보다 13.5% 많은 3908억원이 쓰인다. 복지부의 내년 예산안 총액은 올해보다 3.9% 증가한 55조6000억원이다.
여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 자료 발굴과 전시 예산으로 14억5000만원을 책정했다. 올해 6억4000만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정부 차원에서 군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복지부 내년 예산안] 0∼2세 보육료 예산 축소… 전면 무상보육 ‘흔들’
입력 2015-09-10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