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미래, 여교역자를 세워라] 배려·돌봄·소통·공감 능력 ‘강점’… 양성평등 문화 확산 급선무

입력 2015-09-10 00:44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 이 말씀에서 사도 바울은 인종·계급·성차별이 교회 안에 있어서는 안 되며, 예수를 주로 고백한 이들은 차별 없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선포했다. 교계 전문가들은 “여성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임을 인식하고 여성 목회자도 남성 목회자와 같은 동역자로 인정할 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온전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성빈 장신대 교수는 “성경은 미리암 루디아 마리아 마르다 등 많은 여성이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했음을 보여준다”며 “남녀의 동역은 가정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목회자와 교인들이 양성평등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 오관석 하늘비전교회 원로목사도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서는 기독 여성들을 인정하고 격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남성 목사들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여성 목회자 ‘비권위적’ ‘모성적 돌봄’에 강해=교계 전문가들은 여성 목회자들의 목회 특징을 ‘비권위적’ ‘약자 배려’ ‘모성적 돌봄’ ‘소통’ ‘공감’ 등으로 꼽았다. 담임목사 권위를 앞세워 교인 위에 군림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교인의 영적 필요를 채우는 목회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영미 한신대 구약학 교수는 “여성 목회자들은 생명에 초점을 둔 목회를 많이 펼치고 있다”며 “본인이 약자 입장에 섰던 경험이 있어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일에 더 적극적이다”고 설명했다.

민주·수평적으로 교회를 운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성희 독립문교회 목사는 “여성 목회자들은 당회에서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토의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등 교인들과 공감하는 걸 중요시 한다”며 “주방봉사, 화장실 청소도 하는 등 탈권위적 모습을 보고 성도들도 여성목사의 리더십을 존중하고 잘 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교단 참여 정책적으로 지원해야=여성 목회자의 강점이 한국교회에 이식되려면 교회에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 교단 여성 담당 실무자들은 ‘교단 총회 및 교회 청빙 여성할당제 의무화’를 양성평등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소영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기획정책실장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경우 여성할당제를 의무화한 2010년 제95회 총회 이후 여성 총대 수가 3배로 증가했다”며 “이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모두 제도 도입 이후 여성 총대가 꾸준히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할당제를 법제화해 교단 정책결정기구에 여성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교단 양성평등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해 양성평등 정책과 법안을 입안하고 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해선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협력국장은 “현재 여러 교단에서 여성·양성평등위원회를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로 두고 있다”며 “양성평등한 교회는 지도자와 구성원들이 양성평등한 의식을 갖는데서부터 시작하므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예산·안건 상정의 권한이 있는 상임위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교단은 양성평등 실천에 적극적=해외 교단은 여성 목회자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양성평등을 실천하는데 적극적이다. 미국 연합감리교회(UMC)는 1972년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여성인권을 옹호하고 여성사역의 증진을 격려하고 있다. UMC 여교역자 전담부서는 ‘리드 위민 패스터 프로젝트(Lead Women Pastor Project)’를 실시해 성도 1000명 이상 교회를 담임하는 여성목사들의 리더십과 목회 노하우를 후배 여성목사에게 전수한다. 또 비백인계 여성목사를 위한 권익 보호 부서를 따로 운영해 장학금을 지급하며 여성목사의 리더십 향상과 차별방지에도 힘쓰고 있다.

미국 최대 장로교단인 미국장로교(PCUSA)도 교회의 여성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는 여전도회원, 남녀 목사를 각각 위원으로 구성해 비백인계 여성과 독신 여성목사를 위한 정책을 펼친다. PCUSA는 담임목사 사임으로 목회자 공백이 생기면 대개 ‘노회 지정 목사’를 두는데 이때 교단 여성목사들이 설교강단에 서도록 해당 교회를 독려한다. 소속 교회 성도들이 여성목사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이들의 장점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교단 제도뿐 아니라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국여교역자협의회 사무총장 김혜숙 목사는 “성차별적인 교회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의식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신학교와 여전도회 계속교육원, 평신도대학원, 총회훈련원 등에서 양성평등 관련 과목을 의무교육 형태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민경 김아영 기자 grieg@kmib.co.kr